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Oct 09. 2021

한글이 쓰여있으면 택시가 잘 잡힌다?

한류를 타고 세계로 흐르는 한글

싱가포르의 상징, 멀라이언

3년 전 싱가포르라는 낯선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무렵

말레이시아 출신 지인은 구글에도 없는 꿀팁들을 전수해 주었다.  그중 가장 믿기지 않았던 것은 프로필에 한글이 적혀있으면 그랩(Grab) 택시가 더 잘 잡힌다는 것이었다.


그랩은 싱가포르 사람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콜택시, 배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지인은 유명한 한류 스타의 이름을 쓴 자신의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그랩 기사들이 한글을 몰라도 그것이 '한글'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승차 요청이 동시에 여럿이 들어온다면 굳이 한글 프로필의 손님을 선택한다고 한다.


한류 열풍으로 인한 한국에 대한 호감일까? 

싱가포르에 거주했던 교민들이 쌓아 올린 젠틀한 이미지가 만든 결과 일까?

그 무렵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본 곳들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렌트비를 조금 낮춰줄 테니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좀 전에 다른 사람들이 집을 보고 갔는데 이왕이면 한국사람에게 세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나를 모르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를 해준다.

감사함과 동시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도 생겼다.


아반떼가 1억이 넘는 나라에선 차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평소엔 MRT와 버스를 주로 이용하지만 번거로운 이동은 택시가 최고다.

한글 덕분인지 알 순 없지만 그랩 택시는 항상 잘 잡히는 편이다. 가끔 출퇴근 시간에는 웨이팅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조급해지기 전에 반가운 그랩 기사의 얼굴과 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띄워진다. 


여전히 그랩 프로필을 한글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은 처음과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랩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면  영수증에 한글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주는 로컬 음식점, 

나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알고 있는 택시기사가

추천해준 드라마에 빠져 맞이했던 새벽!

한글은 이방인의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자막으로 영화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외국인들이 기꺼이 오징어 게임을 한글 자막으로 시청하고,

옥스퍼드 사전에는 ' 치맥'을 비롯한 스물여섯 가지의 한글 단어가 새롭게 실렸다.

아름다운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들이 싱가포르 거리에 넘친다.


한글은 한류를 타고 전 세계로 흐른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국문화의 힘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오늘은 575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한글에 대한 글을 쓰며 한글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되새겨 본다.


며칠 전 주문한 물건이 곧 배달 온다고 연락이 왔다.

'Good morning' 대신 '안녕하세요'로 인사하고 싶은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에 피는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