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함, 리바이어던, 그리고 관음증의 세계 (상)

도서 <투명사회> 함께 읽기

by 그리다 세계여행

1.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원래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다괴물의 이름인데, 사실 우리에겐 그보다 홉스(Thomas Hobbes)의 책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홉스는 대표적인 사회계약론자로, ‘국가는 국민들이 자신의 안전보장을 위해서 권리를 양도함으로써 탄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탄생한 막강한 권력의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고 불렀어요. 재밌는 것은 그 이름이 미카엘, 가브리엘 같은 천사가 아니라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이란 거죠. 홉스는 국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 본질은 막강한 권력을 위임받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든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거죠.

<리바이어던> 표지. 거인의 몸은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리바이어던은 무엇일까요? 국가도 여전히 리바이어던적 성향으로부터 벗어나진 못했지만 시민사회의 성숙에 따라 길들여져 가는 과정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나 기업 같은 실체보다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어떠한 관념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투명사회’에서 투명성이야말로 현대사회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가 말하는 투명성이 무엇인지, 세상은 왜 투명해졌는지, 마지막으로 투명성이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투명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것이 투명하다면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작가가 명확하게 ‘투명하다는 것은 A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저는 투명성을 ‘모든 것의 데이터화 그리고 그 데이터의 공개화’라고 요약합니다. 데이터는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분명한 것이며 그 데이터가 전면적으로 공개된다면 우리는 특정 대상의 내면을 꿰뚫어볼 수 있죠. 대상이 ‘투명해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것이 궁금하다면 우리는 약간의 노력만으로 그것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물뿐만이 아니고 어떤 인물이 궁금하다면 나무위키 검색 한번만으로 그가 살아온 인생과 언행에 대해 상당부분 알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대상에 대해서 우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식을 구축하게 되죠.


4.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왜 투명해졌을까요? 모두가 그것을 원하고 또한 그것을 실현케 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본주의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자본주의는 투명성을 사랑합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쉽게 체결되고 빠르게 이행되어야 하는데, 이때 정보가 윤활유 역할을 하거든요. 신입사원을 뽑을 때면 그 사람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래서 이력서도 받고, 자기소개서도 써오라고 하고, 필요하다면 그 사람의 이전 직장이나 학교에 전화를 해서라도 정보를 얻으려고 하죠. 만약 구직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면 이 과정이 더욱 쉬워지겠죠.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주민등록제도도 만들고 전과기록도 공개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효율적으로 굴러가야 하니까요.

전면적 커뮤니케이션과 전면적 네트워크화의 흐름 속에서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 튀는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매끈하게 다듬고 평준화하는 작용을 하여, 결국 획일화를 초래하고 이질성을 제거한다. 투명성은 순응에 대한 강압을 낳고 이로써 지배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다.(6페이지)


5.


그렇다고 이 투명사회가 시스템에 의해서만 구축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민들이야말로 투명사회를 형성하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입니다. 시민들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온몸을 기투하거든요. 예전에는 몇 안 되는 연예인들이나 자신을 미디어에 공개하며 살았지만, 1인 미디어 세계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내 머릿속을 잠깐 스쳐가는 생각까지 공유하고, 페이스북에는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 전시하고, 인스타그램에는 얼마나 힙한 장소에 다녀왔는지를 업로드 하죠. 이제는 텍스트나 이미지 같은 정적인 미디어로부터 더 나아가서 유튜브라는 비디오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광고(廣告)합니다. 광고라는 단어의 말 그대로, ‘널리 알리죠.’

디지털 파놉티콘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그 속의 주민들 스스로가 자기를 전시하고 노출함으로써 파놉티콘의 건설과 유지에 능동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파놉티콘적 시장에 전시한다. (중략) 자신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을 잃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그것을 버젓이 드러내놓고자 하는 욕망에 밀려날 때, 통제사회는 완성된다. (95페이지)


한 가지 재밌는 통계를 보았는데요, ‘2018년 전세계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어플리케이션 TOP10’입니다. 1, 2위는 서구권에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역할을 하는 메신저 앱이 순위에 올랐네요. 주목할 것은 3위부터 6위인데요, 순위대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페이스북 라이트(페이스북의 경량화 버전)가 올랐습니다. 참고로 틱톡은 내가 찍은 영상에 특수효과를 넣어 마치 뮤직비디오 같이 편집하고 이를 공유하는 앱이에요. 이 세 가지 앱은 모두 자기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을 관찰하는데 특화된 앱입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자신이 디지털 세상 속에 전시되기를 갈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투명한 사회를 향한 욕망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완성되었어요. 과거에는 모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만큼의 저장 공간도 없었고 그 데이터들을 적합하게 분류 및 가공하여 처리하지도 못했거든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우리는 초 대용량의 데이터를 아주 적은 비용으로 저장할 수도 있고, 수십만 개의 블로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앞으로 뜰 상권이 어딜지도 알게 되었고, 이 사람의 쇼핑기록을 통해서 구매확률이 높을 상품을 맞춤추천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서 ‘세계를 완벽히 투명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에요.


6.

이쯤에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투명한 사회가 됐다는 게 뭐 어떻다는 거야? 편리하고 좋은 거 아냐? 뭐가 문제인데?”라는 물음이 제기될 것 같네요. 저도 투명성이라는 개념이 무작정 나쁜 것이라고만 보진 않습니다. 데이터의 공개화를 통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금방 찾아볼 수도 있고, 제가 좋아하지 않을 만한 상품, 책, 영화, 드라마들을 구매했다가 후회하는 낭비를 줄여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효율성을 얻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할 대가 또한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투명한 것은 자본주의적 효율성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므로 선(善)으로 인식이 되며, 그렇지 못하다면 떳떳하지 못한 것,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죠. 당장 투명하다고 하면 ‘맑은’, ‘깨끗한’과 같은 긍정적인 수식어가 떠오르지만 불투명하다고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들잖아요? 불투명하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이성이 불편해하는 것입니다. 이성은 모든 걸 이해함으로써 세계를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 싶어 하거든요.

투명성은 이데올로기다. 모든 이데올로기가 그러하듯이 투명성의 이데올로기 또한 긍정적인 핵심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이 신화화되고 절대화된다는 데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이 있다. 전제적 지배자가 된 투명성은 테러가 된다.(6페이지)


제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하나 나눠볼게요. 가끔 제가 방문을 잠가놓을 때면 부모님은 ‘방문을 왜 잠그냐’며 저를 나무라셨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몇 번 반복이 되다보니, 제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방문을 잠글까 생각하면 무의식중에 제 내면에서는 마치 제가 잘못된 일을 하는 것만 같은 양심의 가책이 들었습니다. 투명성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해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제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면 집밖에 있는 저만의 아지트로 향했습니다.


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봐요. 개인의 사적인 공간, 사생활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공개되어야 하고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켕기는 게 있기 때문에 숨겨진다고 여겨지죠. 그러니 어떤 연예인은 자신의 학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대학 졸업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학생활 전체를 공개해야 하고, 어떤 연예인은 자기가 편의점에서 산 품목들이 적힌 영수증이 ‘대중의 알 권리’라는 이름하에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보고 싶어 하는, 집단적 관음증의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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