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2일,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그것도 오스트리아에서 비행기를 탔으니 서쪽으로 들어왔다. 원래대로의 계획이라면 2020년 12월 말쯤이나 되서 동쪽으로, 즉 지구 한바퀴를 돌아서 들어올 생각이었다. 그 계획은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일그러지고 말았다. 마지막 국가였던 오스트리아에서 락다운에 걸려 주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호스텔에서 마트에서 사온 빵과 시리얼로 1주일 넘게 문자그대로 '연명(延命)'하고 있으니, 어거지로 버텨봐야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대부분의 항공권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상황에서 간신히 얻은 비엔나-방콕-타이페이-인천의 경유항공권으로 경유 대기시간만 20시간이었다. 그마저도 탑승일에 타이페이 공항의 방역수칙이 바뀌며 무산될뻔 했다가 간신히 탈 수 있었다.
결국 나의 20대로서의 세계여행은 그렇게 강제로 마감돼버렸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라 여행 중에는 찔끔찔끔 울었는데, 복귀항공권을 예매할 때랑 비엔나에서 이륙할 때는 정말 펑펑 울었다.
분명한건 20대의 세계여행은 중단됐지만 마침표를 찍을 생각은 없다.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바로 다시 떠날 수는 없겠지만, 30대 혹은 40대, 아니 60대가 되어서라도 내가 꿨던 '지구 한바퀴'의 꿈은 반드시 완성활 계획이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된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늙었다고 크루즈 세계여행 할 생각은 없다. 그때도 내 몸통만한 배낭을 메고 여행하려면 허리도, 다리도 튼튼해야겠지.
그때까지 내 여행기의 마지막 문장에는 쉼표만 찍어둘 생각이다.
2022년 1월 2일, 완성하지 못했던 목표를 다시 그리다
PS. 여행기 소재로 메모해놓은 내용이 5~10가지 정도 있는데, 시간이 제법 지났기도 하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진 않아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귀국하자마자 썼어야 됐는데. 일단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