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대학 생활, 마지막 학기가 되고 나니 취업이라는 현실이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나의 대학생활을 돌아봤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꾸준히 쌓아온 사회 경험, 그 경험들을 통해 직접 모은 돈으로 다녀왔던 다수의 해외여행, 학생회 활동을 통한 소통 경험, 나 자신에 대한 도전에 성공했던 흔치 않은 국토대장정 경험까지. 풍부했다.
거기에 이제 취업을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3개월짜리 해외영업 교육을 듣기도 하고,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무작정 시장 조사를 나가기도 했고, 공채 시즌에는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도 수없이 썼다. 모든 것에 정말 열심히였다. 해외영업 교육 과정에서는 반장을 맡았고, 발표 경연에서는 수상을 했다. 자기소개서 강의를 찾아 열심히 듣고, 여기저기서 멘토를 구해 첨삭을 받기도 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진짜 잘할 자신 있었고, 금방 내 자리를 찾을 것 같았다.
그러나 취업 시장은 달랐다. 기업들은 나에게 면접 기회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어쩌다 잡힌 몇 번의 면접에서도 높았던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대학생활을 다시 돌아봤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시작했던 다수의 아르바이트, 단순히 여행을 위해서만 다녀왔던 해외 경험, 그저 재미와 호기심으로 즐긴 학내 활동들이 전부였다. 남들은 다들 취업을 대비해서 일찍부터 서포터즈며 인턴이며 스펙을 쌓고, 교환학생이나 유학으로 외국어 역량뿐만 아니라 해외 경험도 체계적으로 쌓았다는데. 나는? 진로를 고려해서 시작한 것은 단하나도 없었다. 나는 왜 남들처럼 체계적인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던 걸까.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결국엔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왔어야 됐구나. 나의 즐겁고 뿌듯했던 대학생활이 전부 후회로 변하던 시간이었다.
후회와 우울감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취업은 해야 했으니까. 이제야 처음으로 방향을 잡아보기로 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방향을 잡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길만 한번 파보자. 마음을 잡았다.
서비스 경험 많고 거기에 여행을 좋아하니까. 나의 첫 번째 방향은 여행사로 잡혔다. (결과가 어떻든 이것저것 결정은 좀 빠르게 내리는 편이다.) 이번에도 꽤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던 걸까? 약 2달 뒤, 나는 한 여행사에 첫 출근을 하게 됐다. 나의 공식적인 첫 직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