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4. 드디어 첫 번째 직업이 시작됐다.

by 욕심많은 둘둘

내가 선택한 직업은 여행사에서 여행 상품을 판매, 관리, 기획하는 업무였다. 취업 준비 기간 중 계획적이지 않았던 나의 대학생활에 그렇게 후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 직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재미'였다. 여행을 좋아하니까, 사람들의 여행을 대신 기획해 주고 관리해 주는 일은 내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 신중히 고민해 보려고 해도, 재미있으니까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내 나름의 인생 계획이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게 확실하다.


당시, 이 고민이 꽤 진지했음을 증명하는 내 오래 전의 블로그 글을 발견하여 함께 부끄럽지만 한 번 첨부해 본다ㅎㅎ

20250108_224025.png


여행사로 방향을 결정한 이후에는 매일매일 관광/여행업계 신문과 기사를 찾아보고, 나의 경험을 가다듬으며 또 열심히 입사 지원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몇 곳의 회사에서 면접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여행사는 대기업과 비교해서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러던 중 한 회사의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전공도, 지금까지 경험들도 모두 여행사와 관련이 없는데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맞는 이야기였다. 미래의 직업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여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말했는지는 구체적으로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오히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여행업만을 위해서 준비해 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고 다양한 고객을 고려해야 하는 여행사의 일을 더욱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곳에 합격했다.


이제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아닌, 진짜 사회인이 되었다. 24살의 나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에 계획은 없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듯,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2년은 버티자고 다짐했다. 만약 그 2년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력이라고 하더라도 26살밖에 되지 않으니까. 어렸던 나이가 다른 두려움과 걱정을 모두 상쇄시켜 주었다.


나는 지망했던 동남아팀에 배정되었고, 그곳에서의 커리어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서 회사와 맡았던 업무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입사한 여행사는 다른 패키지 여행사와는 다르게 자유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모든 고객마다 1대 1로 상담하며 고객 성향에 맞는 항공과 호텔부터 투어 등을 추천하고 구성해 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지금도 여러 여행사 중에서 이곳을 선택한 것이 나와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업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개별 고객 상담, 여행 컨설팅, 상품 기획/관리이고,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이러하다.

20250108_221735.png

고객이 전화로 가고 싶은 여행지와 일정을 문의하면, 니즈를 파악해 가장 적절한 항공과 호텔, 투어 구성을 추천하고 구성해 주며 결제를 유도한다.(이 과정이 매출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이 결제를 완료하면, 고객이 희망한 항공/호텔/투어 등을 각각 예약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고객의 일정이나 희망사항에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계속해서 대응한다. 그리고 맞춤 추천 일정 및 예약 바우처 등의 고객별 맞춤 자료를 준비하여 제공하고, 출발 전에는 모든 고객 대상으로 여행 및 예약 관련 최종 안내를 한다. 그리고 출발 후에는 현지에서 문제나 이슈가 있을 경우 대응하고 해결한다. 결국, 고객이 여행을 문의하는 순간부터 여행을 다녀오는 순간까지 전~~체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자, 이제 교육 기간이 끝난 후 드디어 첫 업무가 시작됐다.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던 신입사원의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업무는 '전화 수신'이었다. 말 그대로 팀으로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받아 메모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심한 '콜포비아(Call Phobia)'였다. 그런데 몇 주 후, 타 팀의 주간회의에서 전화를 잘 받는 좋은 예로 내가 거론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3. 무계획은 결국 실패였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