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콜포비아다. 내 기억상으로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나, 전화로 피자 주문하는 게 너무 떨려서 스케치북에 대사를 적어두고도 망설이다가 겨우 주문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콜포비아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그냥 나는 전화가 두려웠고 두렵다. 지금도 전화로 문의를 해야 하는 등의 일은 최대한 피한다.(남편이 거의 대신한다. 남편아 미안^^;) 그런 나에게 전화 업무란 너무나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콜포비아라고 하면서, 왜 전화업무가 기본인 여행사 영업팀을 선택했는지 궁금할 수 있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할 때는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 괜찮을 것 같고 그랬다. 특히 첫 취업 준비였으니까.
다음 주부터 전화받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을 듣고 난 그 주 주말은 떨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던 그 마음이 생생히 기억난다. 떨리는 건 떨리는 거고 포기하진 않았다. 다년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며 쌓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떨리고 걱정되는 새로운 것을 일단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고민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더 빨리, 더 많이, 전화벨 1번이 채 다 울리기 전에 수화기를 들어 인사했다. 생각을 하면할 수록 두려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후 선배, 상사분들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모두 통화 중일 때는 메모를 남기는 게 다였다. 그렇지만 너무 두려워하던 일이기에, 전화 한 통을 무사히(?) 끝낼 때마다 뿌듯함은 컸다.
그런데 동료들이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내 전화 목소리가 너무 커서 무슨 통화인지 같은 층 사람들은 다 안다고. 나를 모르는 직원들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군지 궁금해했다. 창피했다. 초짜의 통화를 다 듣고 있다니. 목소리를 줄여보려고도 했으나, 통화가 시작되면 목소리는 조절 불가였다. 틈이 날 때면 목소리를 작게 내는 방법을 연습하기도 했다.
전화받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조금씩 익숙해질 때 즈음 어느 날 옆 부서 동료가 건네준 한마디, "우리 부장님이 회의에서 너 얘기했다? 전화 너처럼 하래."
창피한 내 큰 목소리가 잘하는 거라고? 그.. 런가? 회사에서 가장 무섭다고 소문난 부장님의 칭찬이었기에 더 기분 좋았다.
그리고 그 칭찬은 틀리지 않았다. 동기들 중 첫 번째로 판매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첫 영업건은 단체 인원으로 일반 예약보다 4배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였으며, 장문의 '칭찬하기' 글로 마무리 됐다.
그냥 운이었을까? 그렇다고 하기에 퇴사 직전까지 나의 성과는 대부분 5위 이내의 상위권을 유지했다. (당시, 회사 내 영업사원은 100여 명이었다.)
대면으로 하는 대화가 아닌 모두 전화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밝고 큰 목소리로 시작하는 상담은 작고 힘없는 목소리에 비해 당연히 큰 호감을 주었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다.
소란스러운 곳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던 레스토랑들과 카페,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해야 했던 강사.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은 '큰 목소리'라는 고치기 힘든 습관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창피했던 내 습관, 거기에 두려움에 행동을 미루기보다는 두려워할 틈 없이 행동해 버린 나만의 전략은 심각한 콜포비아도 넘어서버린 나만의 영업 성공 비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