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연속 판매왕은 운이 아니다.

by 욕심많은 둘둘

걱정할 틈을 만들지 말자던 나의 전략은 수많은 성과의 기회가 됐다.


나는 여전히 팀의 막내였다. 계속해서 모든 전화를 받아 선배를 전화를 돌려주고 메모를 남겨야 했다. 그러나 모든 전화를 받으니, 당연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예약 문의를 받는 사람도 나였다. 처음에는 그 예약 문의들을 모두 선배들에게 돌려주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담당하는 지역은 점점 확장됐다. 그렇게 선배들에게 돌려주던 예약 문의는 하나둘씩 내가 담당하는 문의 건이 되어갔다. 내가 팀에서 가장 많은 영업 기회를 가져가는 직원이 된 것이다. (아, 예약 문의를 다른 직원들과 좀 나눠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넘어가는 예약문의와 다른 경로로 들어오는 문의도 충~~ 분히 많았기 때문에 내가 나눠주고 싶어도 다들 원하지 않았다^^;)

걱정할 틈 없이 많은 전화를 받는 전략은 팀에서 가장 많은 예약 문의를 받는 사람이 됐고, 여러 가지 경험으로 내재된 조금은 창피한 나의 큰 목소리는 하나둘 성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사 약 1년 후, 나는 매월 판매왕 리스트에 오르는 직원이 됐다. 당시 회사는 매월 예약 인원 수와 수익 부문에서 각각 판매왕을 선정했는데, 둘 다에 선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막내라서, 예약 문의 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라서 잠깐 성과를 높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면 나의 막내 기간은 1년이었고, 내 성과는 퇴사 직전까지 판매왕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으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비결(?)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 목소리가 크다.

앞서서 이야기했듯, 모든 상담과 결정이 유선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잘' 들리는 목소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두 번째, 설명충이다.

나는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그 당시에는 TMT(Too Much Talker)라고 할 정도로 좀 더 심했다. 진심으로 이 사람이 내가 설명한 부분에 대해 좋아하는 걸 기대하며 설명했다.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명할 것을 충분히 준비해 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틈틈이 내가 담당하는 지역에 대해서 검색했다. 호텔 리뷰, 맛집, 그 지역의 여행 정보 등등. 다행히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나의 여가 시간에도 재미있게 검색해 볼 수 있는 주제였다.(이 점에 있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게 좋을 수는 있겠다.)


세 번째, 내가 하는 일에 '심하게' 진심이 된다.

이건 장점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점인데, 어쨌든 좋은 성과를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고 본다. 매일밤 일과 관련된 꿈을 꿨다. 내가 담당하는 예약 건이 잘못되는 꿈, 또는 걱정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는 꿈, 어떤 날은 관심 있게 보던 호텔을 직접 여행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도 많이 꿔서, 어떤 지역은 직접 가보지 않았는데도 가본 것처럼 아직도 지도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 이렇게 매일 내가 맡은 일에 매몰될 정도로 진심인 나는 꿈에서 실수를 하는 날이면 한 번 더 예약 건들을 살펴봤으며, 공부했다.


네 번째, 손이 빨랐다.

식당이나 레스토랑에는 꼭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테이블을 세팅해야 하고, 주문이 몰리고, 서빙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모두 정확하고 빠르게 해내야 한다. 다년간 이 경험을 몸으로 익혔으니, 자연스럽게 손이 빨라졌다. 여행사도 똑같다. 예약 문의가 몰리는 날이 있다. 한 예약 문의 건을 다 처리하기 전에 다른 문의가 연달아 들어온다. 그걸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실수 한 번에, 갑자기 고객의 항공권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점에 강했다.



계획없이 시작했던 모든 경험들이 오랜기간 동안 조금씩 쌓아올렸던 나의 능력치들은 이렇게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나를 만들었다. 입사 후 영업 첫 시작부터 내리 성과가 좋았으니, 솔직히 기세가 등등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근무한 후, 27살의 나이에 퇴사를 결정했다.



일은 잘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었다. 나는 잘하고 있기도 했지만, 정말로 많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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