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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냥 시작한 식당 알바도 나만의 역량이었다.

by 욕심많은 둘둘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떠올리면 멋있어 보였다. 내가 봐왔던 만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시작한 이후에도 시간을 내서 직접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는 나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힘들긴 해도 말이다. 그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였다. 동경하는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 거기에, 직접 돈 번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기도 했고.


그렇게 똑같은 이유와 함께 나는 이번에는 동네의 중식 레스토랑에서 이제는 조금 더 익숙해진, 더 빨라진 서비스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단골과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친근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어떤 동경이나 경험을 위해서만 할 수 없게 됐다. 집에 일이 생겼다. 더 이상 용돈을 받을 수 없었고, 그와 동시에 나는 과감히 자취를 시작했다. 집에 어떤 일이 생겼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자취를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타의와 자의가 섞여 순식간에 완전한 독립을 해버리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진짜 생활을 위한 생활비에 더해 주거비까지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어진 시간은 비슷했다. (아,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친구들과의 시간과 대학교 생활을 줄일 수는 없는 욕심 많은 대학생이었다.)


방법은 하나. 시간당 나의 가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학원 파트타임 강사. 여러 명을 가르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동안에 여러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맞춰서 각각 지도해 주는 곳이었다.


갑자기 학원 강사?

나는 다행히도(?) 영문학과 학생이었다. 거기에 키즈카페에서 어린 아기와 부모를 응대했고, 첫 번째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의 재료와 먹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야 했다. 한 어르신 손님이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고객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도록. 그다음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단골손님들께 다소 '친근하게 대하는 넉살'도 길렀다. 반복적인 서비스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듣기 편안한 목소리 톤과 다양한 사람들을 응대하는 단단해진 마인드'는 당연했다. 나열해 보면 학원 강사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그래서인지 잘 맞았다. 그래서 학원 강사와 함께 과외도 시작했다. 잘했다고도 생각한다. 한 학생이 수능이 끝나 과외를 마치게 된 지 몇 년이 지난 후 어머님이 동생 과외를 부탁하기 위해 전화까지 하셨으니 너무 겸손하게 표현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시급은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대비 4~5배는 올랐다. 생활비도, 주거비도 벌 수 있었고 일에 투자하는 시간도 비슷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원 강사와 과외를 지속했고, 또 하나의 대학시절 로망이었던 '카페 알바'를 실현할 때에도 놓지 않았다.


이것이 21살에 집안의 일로 갑자기 경제적 지원이 모두 사라지고 거기에 갑작스러운 자진 독립으로 다소 큰 고정비까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충당하면서, 농활이나 국토대장정이나 학생회 같은 활동도, 유럽여행 같은 로망도, 그리고 연애도. 무엇하나 포기하지 못하겠던 나의 욕심을 모두 실현할 수 있었던 나만의 비결이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큰 이유 없이, 대학시절의 꿈을 위한 로드맵 같은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들이 모여 나만의 특별한 역량을 키워내고 있었다.


그러면 서비스 아르바이트에서 영어 강사로 전환하며 시급을 크게 높인 것이 내 인생 connecting dots의 끝이었을까.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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