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블루 Jan 22. 2024

그냥 해보기로 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여전히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어제 강의 퀄리티가 좋은 사이트에서 1+1 이벤트를 하길래 무슨 강의가 있나 들어가봤다. 이상하게도 싫어하는 분야는 분명해서 내가 확인할 강의는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다른 사이트에서 들어보고 포기했던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드로잉 강의를 보려고 했었는데 그 사이트의 드로잉 강의는 다 포토샵에 와콤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들 뿐이라 아직 연필로 그리는 것이 좋은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되니 눈길이 가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한가지로 좁혀졌다.



작년에 블렌더 강의를 들었을 때는 노트북 용량이 작아서 그런지 툭하면 렉 걸리고 멈추고 꺼지고 그러면서 흥미도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나는 3D 프로그램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멋있고 나도 한 번 노가다를 하더라도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걸 꼭 3D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2D와 2.5D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정확하게 어떤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목표없이 시작한 초급 강의는 당연히 '내가 왜 이걸 듣고 있지' 같은 생각으로 이어져 금방 그만 두게 되었고, 나한테 안 맞나봐! 하면서 저 뒤로 사라져버렸다.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보게 되면서 디자이너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작업물을 보고 꼭 3D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입체적이고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를 보면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런 나를 보면서 그때는 이런 명확한 마음가짐 없이 포기한 분야를 대체할 만한 다른 걸 찾은 것을 내가 하고 싶다고 착각했고, 그렇다하더라도 미련이 남아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턱대고 강의를 구매하지 않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강의 사이트의 1년 수강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무작정 추가로 구매해서 돈을 더 쓰는 것보다 지금 내 수준에 맞게 초급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 수강권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같은 강사분의 고급 강의까지 다 들어보려고 한다.


오늘로 정확히 수강권이 끝나기까지 2개월이 남았다. 그 기간동안 충분히 들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 듣게 된다면 다 완강한 시점에서 포기할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어제 구매하고 싶었던 강의를 추가로 구매하여 들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오늘 작년에 듣다가 포기한 초급 강의를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중급까지는 모르겠지만 초급은 완강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내가 뭘 잘하는지, 프로그램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로 나만의 작업물을 만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따라하고 싶고, 그것을 발전 시켜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막연하고 불투명한 목표는 있기 때문인지 강의 내용이 새롭게 들려왔다.


이런 일로 누군가가 채찍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쫓기는 마음에 일단 구매하고 아닌 것 같으면 환불을 반복했던 작년 보다는 조금 성장한 것 같다는 걸 느끼게 되어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조금씩 내가 하고자 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한 단계씩 지나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돈만 생각하던 내가 돈의 우선순위를 미루게 되고, 해외에서 살아야만 내가 원하던 삶을 이룰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던 내가 현재 나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고 바뀌는 것을 보며 방황하고, 자책하고, 작아지던 그 시간들이 헛되진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외에 나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ㅎㅎ.. 어쨋든! 이러나 저러나 이번년도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똑같으니까 남은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낼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일에 재능이 없어서 좌절할지라도 뭐든지 버티다 보면 내가 잘하는 게 한가지는 꼭 있더라고. 그러다보면 그 한가지가 내 재능이 되겠지.

이전 11화 계속 어리기만 한 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