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누구나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생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었고, 장래희망을 적어 낼 때면 항상 화가나 디자이너를 적어냈었다. 어쩌면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 것도 미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같은 예술 직종으로 눈이 갔는데 하필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기 때문에 정해버린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조금 우스운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시작을 보면 학창시절에 남들보다 더 많이 하던 낙서가 그림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가 많은 걸 보면서 나도 꾸준히 낙서를 계속 했으면 전공은 아니더라도 취미로 지금까지 하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와서는 쓸모없는 작은 후회도 해봤다. 물론 취미는 누구나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제와서라도 시작할 수 있게 된 그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가끔 기본기를 배울 때까지만 학원을 다닐까 하다가도 학원에서 듣는 수업이라는 틀에 갇혀버리면 흥미를 잃어버릴까봐 생각만 하고 시도는 하고 있지 않다. 평생 낙서로 보이더라도 혼자 재미있게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돈도 벌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5년은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요즘은 내가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건 맞는데 외국어를 배워서 정말 번역을 하고 싶은가? 하는 고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번역을 하고 싶다면 학원을 가서 영어 기초라도 빨리 지나려고 하는 노력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언어를 배워서 외국에서 언어로 인한 장벽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것 뿐인데 그걸로는 부족해서 언어로 돈을 벌고자 번역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를 선택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 어차피 배울 언어라면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 사용하고 돈도 번다면 나쁠 건 없겠지만 이러한 생각에 가로막혀서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급한 마음에 아무거나 덥썩 잡아버린 건 아닌지 하는 것 뿐이다.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일이 있고, 직업이 있는데 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없고,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드는 일도 없는건지 아직도 모르기만 하는 나는 언제까지 어리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