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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이어지는 하루

뜨개질실이 엉킨 날.

뜨개질을 처음 배웠을 때,
나는 자꾸 실을 감고
코를 놓쳤다.


조금만 방심해도 꼬이고,
한참을 떠놓고 나서야
코를 잘못 걸어 이상해지고 있는 걸 알기도 했다.

그럴 땐, 푸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처음엔 속상했다.
그동안 들인 시간도 아깝고,
다시 시작한다는 게 막막해서.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 풀고 다시 떠도,
점점 익숙해진다.
손끝이 기억하고,
패턴이 조금씩 내 것이 되어간다.

그러다 문득,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툰 말 한마디,
놓쳐버린 인연,
잘못된 선택.

우리는 종종
‘망쳤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냥
다시 풀고 떠야 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코를 잘못 떴다고 해서
실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니까.

마무리
뜨개질의 아름다움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실처럼 흐르는 하루하루를
조금 느리더라도
정성껏 떠내려가다 보면,
어느 날, 따뜻한 무늬가 완성될 것이다.

오늘 마음이 꼬였다면
괜찮다.
잠시 풀고,
다시 천천히 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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