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주운 질문들> 서로 도우며 산다는 것

제비꽃과 개미의 공생

by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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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름이라는 놀이가 있다. 각자 꽃을 하나씩 꺾어서, 서로의 꽃을 얽히게 한 뒤 양쪽에서 잡아당긴다. 꽃 먼저 끊어지거나 찢어지면 지는 놀이다. 나는 꽃씨름은 한 적이 없고, 대신 쌍쌍바를 가지고 비슷한 놀이를 한 적이 있다. 친구와 둘이서 쌍쌍바의 한 쪽씩 잡고 동시에 잡아당기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꽃씨름에 많이 쓰였던 꽃이 하나 있다. 바로 제비꽃이다.


숲은 물론 도시의 길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는 꽃 중에 하나인 제비꽃, 사실 나는 20대 후반에 자연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제비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우리나라에 수십종의 제비꽃이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몰랐다. 제비꽃은 나에게 별다른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이른 봄에 숲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제비꽃이었다. 제비꽃들이 거의 온 숲 바닥을 덮을 정도로 많이 피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숲에는 다른 작은 꽃들도 있지만, 유난히도 제비꽃들은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제비꽃이 이렇게 번성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씨앗에 있다. 제비꽃은 씨앗에 '엘라이오솜'이라고 하는 젤리 형태의 지방 덩어리를 붙인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젤리보다는 작은 콧물처럼 보인다. 아무튼 이 엘라이오솜을 노리는 곤충이 있으니, 바로 개미들이다.


개미들은 열심히 씨앗을 물고 굴 속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엘라이오솜을 유충들에게 먹인다. 개미들은 엘라이오솜이 떨어져 나가고 남은 제비꽃 씨앗을 굴 밖에 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개미들의 서식지 주변에 제비꽃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비꽃은 씨앗을 퍼뜨려서 좋고, 개미는 먹이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이 작은 제비꽃과 그 제비꽃보다 훨씬 작은 개미들도 서로 도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짧게는 오늘 하루만 되돌아보아도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살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고, 질투했던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꼭 내가 손해를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남을 돕고, 그 사람도 나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더 큰 이익이나 성공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무수히 많이 피어난 제비꽃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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