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시

어쩌다 사회인

어쩌다 ...

by 글쓰는 을녀

대학교 때 일이다. 24살이던 나는 친구에게 다소 냉정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보는데 면접을 보면은 그 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의 나는 평가의 도마에 올라서 칼질을 당한다는 생각에 이야기가 몹시 불편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조직의 대리급 사원이 되었다. 나는 내가 대리급의 역할 따위는 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대학교때 생각했던,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그 사람이 조직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서 보고하는 일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대학교때의 생각이 나서 깜짝 놀라는 요즘이다.


사회인이라는 표현을 직장인으로 바꾼다면 나는 요즘에 내가 직장인이 되었구나를 느낀다.

사람마다 내가 직장인이 되었구나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사회의 냉정함에 감정적으로 덜 동요하게 되면서 내가 직장인이구나를 느낀다.

최근에 인턴 2명과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다. 여자인턴은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하고

남자인턴은 근무하는 내내 오동통한 라면처럼 불어터져있었다. 이 상황에 대해서 냉정하게 보고를 해야했다.

보고를 하려고 상사를 만나는 자리에서 나의 퇴사 이야기도 함께 했다.

인턴에 대한 냉정한 보고 후에 내 퇴사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상사의 첫 마디는 "내 공백이 티나지 않도록 누군가를 키우라" 였다.

나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도 내 힘듦에 대한 공감도 아닌 이 체계를 돌아가게 할 부품을 만들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서운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팀장으로서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을 한 것 뿐이었다.

내가 내 부하직원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사이, 나 또한 누군가에 의해서 냉정한 도마 위에 오른 것이었다.

몇 년 전만해도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감정적인 동요가 심했을 것이다.

아마도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하고 화도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사회인이 된 나는 더 이상 심한 감정적인 동요에 시달리지 않는다.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사회의 냉정함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가 아니라 조직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회인인 것이다. 내 감정과 상관없이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순간이 쓰고 독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사회라는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 독약이 필요한 것 같다.

냉정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매번 상처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과정이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라는

팩트가 오늘따라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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