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시

결심

결심에 대해서

by 글쓰는 을녀

가을이 왔다. 찬 바람이 마음 속까지 시원하기 지나가는 파아란 가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나뭇잎이 노랑색을 띄기 시작한 이 계절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번 년에 무엇을 했을까?

참 많은 결심들을 했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것도 하고 몸이 3개쯤 되는 사람인 것처럼

결심만 잔뜩 쌓아둔 1년이었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되돌아보니 내가 한 결심 중 이룬

것은 별로 없어보인다. 분명 엄청 바쁘게 살았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정답은 무거워서이다.


이번 해 내내 나는 무거웠다. 결심에 치여서 무겁고 결심을 실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또 무겁고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하느라 더 무거웠다

그래서 이번 해 내 표정은 거의 무표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 해가 추워져가는 이 시점에 결심을 하기로 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한 결심이 아닌, 내 삶의 결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결심을 해 본다.

우선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남"에게 미루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모든 일을 나 혼자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하면 쉬운 일을 혼자 하느라

억울하고 힘들게 일을했었다. 그래서 나만의 일이라고 생각해던 것을 "남에게" 미루기로 했다.


미루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이런 가벼워지니 내가 진짜 해야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막상 보니 내가 할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보니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숨을 쉴 여유가 생기니 일이 조금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삶의 결들을 지금 이 순간에 모으는 중이다.


이 다음에 해야할 일은 아마도 내 일과 남의 일을 더 정확히 구분하여 내 일을 먼저해서

더 많이 가벼워 지는 일 일것이다. 그래야 더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야 내 삶의 결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마무리를 하며 이번 년에 내 모습을 뒤돌아본다. 참 열심히 살았던 34살의 나에게

"정말 고생했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현재를 다시 한 번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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