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어느 사내가 있었다
그는 늙고 병들었다
그저 빨리 끝이 오기를 바랬다
그러나 죽음은 잔인했다
불에 타들어가는 초처럼 천천히
가을저녁 노을처럼 길고 오래동안
먹이를 즐겼다
두 다리를 부수고
두 귀를 찢어버리고
마침내 두 눈을 뽑아 씹어 삼켰다
그는 무고했으며 아무 잘못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노인이었다
이를 본 신이 물었다
굳이 그에게만 잔인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죽음이 대답했다
우연이었을 뿐 이유는 없다고
누구에게나 있을 우연이
그에게 간 것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