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차를 마시면서
시원한 바람이
머릿결 쓰다듬는 어느 가을
암자 앞, 작은 카페
목욕탕 온탕처럼 따끈한
쑥차 한잔을 시원하게
호로록한다.
건너편에서 떡을 먹던
조카가 조용히 자기 컵을
내민다.
뜨겁다며 호호호 불더니
말간 차가 스르륵 사라진다.
무슨 맛인지 물으니
아는 꽃이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무궁화 맛이라 한다.
궁금해져서
“무궁화는 어떤 맛이야?” 물으니
반짝이는 두 눈망울로
“쌀쌀한 맛” 이라고 한다.
시련과 억압을 견디며
쌀쌀맞은 고난으로 핀
우리나라 꽃, 무궁화
무궁화처럼 건강할 조카의 성장을
조용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