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외롭다면?_에드워드 호퍼

by 글쓰는 을녀

요즘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sns와 개인화일 것 같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며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되는 풍요의 시대,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지는 개인의 시대 , 텅 빈 공갈빵처럼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나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무리 음식을 많이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허기짐을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나는 한 화가가 있습니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표현한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입니다. 그의 그림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공허한 느낌을 잘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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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풍경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 그림 참 외롭습니다. 행인 한 명 없는거리, 사람들의 무표정함 그리고 어두운 색 건물에 도시 전체가 고요합니다. 이 고요 속 밝게 빛나는 식당이 있습니다. 어두운 도심과 식당의 밝음은 식당 안쪽과 바깥쪽을 분리시키줍니다. 같은 공간, 다른 세상입니다. 출입문도 보이지 않는 식당 안쪽과 밖은 유리되어있습니다. 빛으로 한 번 유리로 두 번 식당은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습니다.


식당 내부에는 4명이 있는데요.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종원원, 등을 지고 앉은 남자, 그리고 커플로 예상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대화나 감정의 교류가 없어 보입니다. 고립된 곳에서의 적막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 입니다. 누구 하나 이 고요함을 깨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특히 빨간 옷을 입은 여자와 그 옆의 남자는 마주 닿은 손등만 그들이 커플이라고 예상하게 합니다. 서로 같이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그림 속 커플처럼 함께 있는데도 외로운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런 모습을 자주 봅니다. 카페에서 주위를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서로 같이 있지만 스마트폰만 하는 사람들, 한 쪽에서 말을 걸어보아도 스마트폰에 sns에 집중하는 사람들, 그리고 집에 오면 만났던 사람과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대화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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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는 혼자남겨진 도시인이 느끼는 외로움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작품 <아침햇살>입니다. 환하게 비치는 햇살 사이로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빈 방과 커다란 침대가 어딘지 허전해 보입니다. 그녀는 호텔방 너머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요. 창문 밖으로 규격화된 공장이 보입니다. 혼자 아침을 맞이하는 그녀는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보입니다. 호텔에 오기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무의미하고 건조한 표정을 지은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아래로 내리는 햇빛은 따스하기보다는 건조해 보입니다. 햇살 아래 말라죽는 식물처럼 그녀도 곧 부서져 사라질 것 같이 보입니다.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도 그림 속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처럼 건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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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휴게실(간이식당)>입니다. 휴게실에 초록 코트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복장으로 보아 겨울인 듯합니다. 휴게소를 비치는 밝은 등이 창문에 반사되어 보입니다. 늦은시간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에서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뒤에 보이는 창문 바깥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집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심해의 바다처럼 그녀의 주위로 어둠이 짙어집니다.


그녀의 표정도 혼자 있는 휴게실의 분위기도 차갑습니다. 마치 차가운 쇠붙이가 피부에 닿는 것처럼 춥습니다. 그림 속의 여자는 외로움의 온도를 따뜻한 차로 달래 봅니다. 그러나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여인의 외로움처럼 현대인의 외로움도 차갑습니다. 춥도록 차가운 밤입니다.


호퍼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건조하고 추운 외로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날, 마음 나눌 사람 없는 차가운 건조함에 지쳐 온기를 찾아 sns를 하는 모습, 조금은 슬픈 것 같지 않나요?


호퍼는 개인이나 소수의 사람들이 있는 풍경을 많이 그렸습니다. 주로 일상 모습에서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보여주었는데요. 그렇다면 왜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고독하고 외로울까요? 사실 호퍼가 작품 활동을 하던 1950~60년대는 세계 1,2차 대전과 대공황 그리고 산업화를 겪은 직후였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아래 작품 같은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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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작품 <이른 일요일 아침>입니다. 행인 하나 없는 황량한 거리에 건조한 햇빛이 비칩니다. 그 뒤에 산업화의 특징인 아주 규격화된 건물이 보여요. 건물 안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없습니다. 각자의 문을 닫은 채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큰 전쟁을 두 차례나 겪었는데, 대공황에 산업화까지 당시 도시인들의 마음은 이 그림처럼 닫혀있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너무 빠른 변화를 겪는 도시인들의 마음도 이 그림처럼 타인을 향해 닫혀있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진지한 대화와 진짜 이야기는 저 멀리 두고, 가벼운 관계를 선호하는건 아닐까요? 진지한 대화와 진짜 이야기들은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외롭고 공허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이상 현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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