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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Dec 06. 2019

밀레와 평범한 사람들

밀레 그림의 숭고함에  대한 끄적임

오늘도 힘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sns, 검색창에는 너무나 행복한 일만 가득합니다.  여유로운 취미생활과 멋진 해외여행, 유명인사들의 화려한 일상까지..  오늘을 열심히  당신의 세상은 아주 작고 초라해 보입니다. 

오늘의  화가,  밀레의 그림처럼 당신의 삶은 평범할 수도 있습니다. 눈에 띄는 색채도 없고  어떤 역사적인 사건도 없을 것입니다. 이발소나 달력에서 쉽게 찾을  있는 작품들처럼 말이죠.
대충 보면 그냥 평범하게만 보이는 그리고 작게만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과 우리들의 일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힘과 감동이 숨어 있습니다.

밀레의 대표작 이삭 줍는 여인들입니다.
광고에서 책에서 교과서에서  번쯤은  그림일  같은데요.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여인들이 보입니다.  여인들 뒤로 꽤나 많은 양의 추수된 곡식들이 있는데요. 언뜻 보면 그냥 추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특징 없어 보이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땅도 기름지고 하늘도 푸른  계절에 이삭을 줍는 여인들은 배불리 먹을  없습니다.

농민이 아닌 그녀들이 줍고 있는 이삭은 추수를 하다가 흘린 쭉쩡이 들입니다. 이것이라도 얻기 위해서 굽은 허리   펴지 못하고 일하는 이들..
작은 행위마저도 그림의 오른쪽 끝에 아주 작게 그려진  감시자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됩니다. 해가 지가 전에  방해되지 않게 얼른 줍고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농촌의 생활은 누런 건초더미의 높이만큼이나 가난하고 애처롭습니다.  어쩌면  쭉쩡이마저도 얻지 못한 이들도 있을  있을  같습니다.

이렇게 측은한 농촌의 모습에 밀레는 매력을 느낍니다. 날카롭지만 금방이라고   같은 눈을  사내 밀레는  노르망디의 소박한 시골 농가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가난한 화가였으며 명성이 높아져 가난을 지울 때쯤 빈곤했을 적에 얻은 결핵으로 61세에 사망했습니다. 이런 슬픈 자화상을 그린 화가가 표현한 농촌은 아릅답지 않았습니다. 슬프고 담담하며 조용합니다.

사실 밀레가 살던 시대에 그림 속에 등장하던 이들은 영웅 또는 신화  인물처럼  위대한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밀레는 가난한 농부를 그림 속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영웅과 가난한 농부들의 모습을 같은 선상에 두었던 화가 입니다.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입니다. 씨를 뿌리는 단순한 모습이지만 당당합니다.  영웅만큼이나 위풍당당한 포즈로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자리에 작고 초라한 농부의 자리는 없습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빛나는 사람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렇게 오늘을 사는 사람의 모습에 끌렸던 걸까요? 태양의 화가 고흐는 밀레를 존경하면서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립니다.  

밀레가 그린 주제는 정말 평범합니다.  위에서 말한 키질하는 모습이나 씨를 뿌르는 모습 그리고 건초를 묶는 모습 등 같은 농사일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엄숙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일을 하는 그들의 태도와 분위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행위를 결코 가벼이   없습니다. 즐거워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고 묵묵히 일을 수행해 가는 모습에서 숭고함까지 느껴집니다.

이렇게 평범하지만 애처로운 사람들.. 저였다면  불만을   같습니다.  이렇게 가난한지 남을 탓하고 인생은 힘든 거라며 자책했을  같습니다. 하지만, 밀레의 그림  농부들은 감사했습니다.

밀레의 만종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농부 부부가 삼종기도를 드리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입니다. 또는 가난에 아이를 잃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기도를 드리는 그림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래쪽에 놓인 감자가 있어야  자리가 바로 아이의 관이 있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중에 어떤 상황이었든  그림은 슬프고 조용하지만 감동적입니다. 삼종기도를 드리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라면 농촌의  힘든 삶을 수행한 하루,  불평도 불만도 회피도 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가 지나갔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기도, 가엾게 죽은 이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자세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림이 죽은 아이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그림이라면 너무 애처롭습니다  아이의 죽음 속에서 조차 과장도 절망도 없습니다. 아이가 죽었다면 울며 짖는 것이 부모일 텐데  그림 속의 부모는 슬픔을 내재화시킨  묵묵히 기도할 뿐입니다.
최악의 절망조차 절망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게 덤덤하게 그린 밀레의 만종,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안타깝고 속상하게 함과 동시에 어떤 엄숙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살아있는 삶과  삶에 대한 기도의 간절함, 그리고 흘리지 못한 눈물의 진한 아픔이 전해지는 그림입니다.


밀레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사회  힘겹게 하루를 사는 모습, 그럼에도 불평과 불만 대신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다은 내일을 위한  걸음을 당당하게 
디디는 모습들은 밀레가 그린 위풍당당한 농부들의 그것과 같습니다.

비록 밀레의 만종처럼  힘든 시련이 오더라도  아프다고 소리 지르며 난리 치지 않고 시간의 힘으로 덤덤하게 견디어내는 또는 견디어냈을 당신의 모습에서
어떤 강함을 느끼면서도 안쓰러움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돈을 버는 행위든, 아이를 키우든, 취업을 준비하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당신의 평범한 안에는 우리를 떨리게 하는 깊은 감동이 있다는  잊지 마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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