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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Jan 25. 2020

뭉크

불안의 민낯을 보다

드라마 대사 중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경쟁 스트레스 인간관계 등으로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 가지고 살아가는데요


불안하고 우울하며 슬픔이 가득한 모습을 가슴 한편에 두고 살고 있어요.  아이들은 아프면 울고 떼쓰면 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타인에게 쉽게 티 내지도 못한답니다.
오늘 얘기할 화가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요.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한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를 소개합니다.


작품 절규로 유명한 화가 뭉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티 내지 않은 어떤 것을 시원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가 그의 작품들은 기이하지만, 강렬하고 매력적이에요.

그의 작품 곳곳에 불안과 슬픔이 나타나는 것은 그의 인생사가 매우 어둡고 죽음과 가까웠기 때문인듯합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이 화가는 군의관인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누나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화목하게 자랐는데요. 죽음이 그 화목함을 질투하듯  5살 때 그의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누나인 소피도 어머니와 같은 결핵으로 사망한답니다. 더욱이 그의 다른 누나는 정신병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사망하기에 이릅니다.

불운과 불행은 항상 한꺼번에 오듯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군의관이 있던 그의 아버지는 점점 신경질적이고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이로 인해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어요. 더욱이 어릴 적부터 병약했던 그는 죽음에 대한 불안에 쉽게 노출되었답니다.

이렇게 느낄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고 색상도 형태도 없는 감정들은 그를 힘들게 했는데요. 그의 대표작 절규는 이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답니다.

너무나 많은 패러디를 낳은 문제의 작품, 뭉크의 절규는 딱 봐도 기이한 작품이랍니다. 붉은색의 소용돌이는 마치 지옥의 용암을 연상시키고,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의미를 가진 다리 위에 멀리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한가운데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눈에 띄는데요. 이 절망적인 표정을 한 남자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큼성큼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다가오고, 커다란 비명소리가 그를 집어삼킵니다.

이렇게 어두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사실,  사 평화로운 호숫가를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풍경입니다. 뭉크의 일기에 따르면 해질녘이었고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불타는 듯한 구름과 암청색 도시 그리고 피오르에 걸린 칼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고 해요. 그때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경험을 소재로 뭉크의 절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경험, 가난, 불안, 병약함, 정신병 등을 겪은 그의 인생은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인생의 무게감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그의 내면이 자연을 관통하는 커다란 비명을 만든 것을 아닐까요? 겉은 멀쩡하지만 뭉크의 내면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뭉크의 절규만큼이나 불안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 사춘기를 소개합니다. 소녀의 옆쪽에는 그녀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 검은 덩어리가 있습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 앙상한 팔과 작은 체구를 가진 아이, 여자와 아이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녀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 이 덩어리는 그녀의 두려움과 불안은 아닐까요? 사실 이 작품은 아이의 추억은  간직한 채 앞으로 다가올 어른의 미래를 맞이하는 사춘기 소녀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그림인데요.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불안을 표현한 그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새 학기, 새 직장과 신혼생활, 부모 되기, 노후생활까지 흔들리는 현대인은 이 사춘기 소녀처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답니다. 어둡고 괴이한 이 그림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표정한 소녀의 표정과 그 뒤로 보이는 불안의 크기가 현대인과 닮았기 때문일 거예요.


실패한 연애와 사랑 이야기만큼 어른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없는데요. 사랑의 상처와 이별의 순간들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바위처럼 오랫동안 남아서 우리를 무겁게 만듭니다. 뭉크는 아주 불운한 연애를 했었습니다. 거의 막장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연애를 했어요. 애인의 바람, 질투, 이별 그리고 다른 사랑과 집착 마지막으로 자살 위장극까지..  연애의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그는 심지어 애인이 쏜 권총에 손가락이 구멍 나기까지 한답니다.  이렇게 사랑의 어두운 면만 겪은 뭉크가 그린 여인과 사랑 관련 소재들은 매우 어둡습니다.

원제목 사랑과 고통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는 아마도 뭉크 자신인 것 같은데요. 하얀 여자의 피부과 까맣게 칠해진 남자의 색감이 대비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피를 희생하면서 괴로워하는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랑에 따라오는 고통, 피를 다 희생하면 떠나버릴 여인, 등 그의 사랑에는 고통스럽고 불행한 모습으로 가득하답니다. 이런 그의 마음이 그림에서 나타났는지 이 그림은  다른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데요. 바로 흡혈귀입니다. 이 외에도 뭉크의 여성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대표작으로 살인자 연작이 있답니다.

그림이 마음의 창이라면 이 연작은 여성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사랑의 상처가 사람의 마음에 주는 영향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사랑의 상처와 죽음의 경험, 병약함과 정신병 그리고 가난까지 거의 모든 불행을 겪은 이 화가는 현대를 사는 어른들의 마음을 매혹하는 그림을 그렸는데요. 아쉽게도 그의 상태가 안정된 후의 그림들은 이전의 그림들보다 폭발적이지 않다고 해요.

 

이상 현대의 어른들이 뭉크의 그림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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