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시

제사

할아버지의 제사

by 글쓰는 을녀

제사를 지낸다
고소한 전을 부치고 맛깔난 나물을 무친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 앞에
애비보다 늙은 자식들이 고개를 숙인다

"뭐가 급해 그리 빨리갔나"
노파는 작은 한숨을 쉬며
밥을 뒤적인다

각각 제 아비를 닮은 자식들은
서로의 핏줄을 속이지 못한다

늙을수록 젊어지는 아비에게 절을하고
술을 따르며 묵상에 잠긴다

어떤이는 퇴근길 과자를 사온다 했던
낡은 애비를
또 다른 이는 젊은 아빠랑 함께한
외식의 기억을 떠올린다

행사가 끝나면 자식들은
가슴 속에 낡은 아버지를 묻는다
빽빽한 일상을 살아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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