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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Dec 27. 2021

웰컴 투 어린이 세계

2021년 가을, 어린이가 되어가는 모카


5개월, 3kg


    함께한 지 100일, 모카는 5개월령이 되었다. 사람 나이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8살인 셈이다. 아깽이도 사람의 감기처럼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는 허피스 바이러스를 으레 한 번쯤 겪는데, 모카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영유아기를 보냈다. 사료 투정도 거의 없어서 매일 정량을 잘 먹고 3kg가 되었다.

    10월 15일 금요일, 앞으로 함께 더 잘 지내기 위해 모카에게 중성화 수술을 선물했다. 성인이 되면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는 어떤 부족처럼, 우리만의 아동식(?)이랄까. 내가 보기에 아직도 작고 어린데, 길에 산다면 이쯤부터 교배가 가능하다니 약간 충격적이면서도, 생각해보니 사람도 청소년기부터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인류의 수명부터 탄생까지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 사회에서만 살다가,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와 함께 사니 새로운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모카와 함께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새것 같은 생각을 종종 마주한다.



중성화 수술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3kg 내외, 4-6개월에 권장되는 수술로,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집냥이든 길냥이든 수술을 추천한다. 집냥이 주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집냥이의 건강을 위해 중성화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중성화가 없다면 불필요한 발정을 겪어야 하고, 나이가 들면 성호르몬으로 인한 병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길냥이의 중성화 지원사업인 TNR(trap, neuter, return) 사업도 여러 지역에서 실시되면 좋겠지만,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사는 성남시는 시에서 사업을 잘 운영되는 반면, 시골인 할머니 댁은 시의 지원은 꿈도 못 꾸고 사람들은 고양이 울음소리로 자주 잠을 설친다고 한다.



모카의 온기와 주말의 한파


    모카는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중성화 수술은 집에서의 8시간의 금식, 1시간의 사전 검사, 1시간의 수술, 4시간의 회복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오전에 모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회복이 끝난 오후에 다시 데리러 갔다. 그런데 모카는 병원에 있고 나 홀로 집에 혼자 돌아왔을 때, 집이 정말 썰렁했다. 집이 이상하게 적막하고 생기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모카는 마취와 환묘복의 영향으로 고장이 났다. 회복하는 일주일 동안 기력도 평소의 반이고, 사냥실력도 잠시 떨어졌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따뜻한 존재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마침 주말 한파가 겨울 예고를 제대로 해주었는데, 모카도 춥기 전에 수술을 잘 받고, 나도 온기 있는 집을 되찾아 따스운 주말을 보냈다.



웰컴 투 어린이 세계


    고양이의 아동 청소년기는 대략 5개월부터 24개월까지이다. 사람 나이로 8살에서 시작해 20살이 된다. 사람 아이처럼 뛰어노는 게 좋은 시기이고, 냥춘기가 올 수도 정변을 하거나 역변을 할 수도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사람에게 더 외향적이 될 수도, 내향적이 될 수도 있는 무궁무진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어린이 시기를 지나면, 고양이 성격은 거의 변하지 않고 활동성과 건강도 조금씩 떨어진다. 모카는 ‘언제나 운동회’인 것처럼 발랄할 것 같은데, 시크한 행동을 보이면 슬플 것 같기도 하다.

    아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건강한 어린이가  모카를 축하하며, 앞으로 재밌는 시간을  자주 가져봐야겠다. 여러 장난감을  접해보고, 위드 코로나가 되면 친구들도  초대해보고 가능하다면 본가 집에도 같이 가봐야지(10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어린이기부터 권장되는 간식도 여러 종류를  봐야지. 모카야, 웰컴  어린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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