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믿음 사이, 마음 부적과 맞는 2022년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성인이 된 이후 고양이를 알아가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가끔 길고양이를 마주친다. 공식적인 품종은 아니지만 한국의 길고양이는 ‘코리안 쇼트헤어’라고 불린다(줄여서 코숏). 코숏의 종류는 무늬와 색에 따라 젖소, 턱시도, 올블랙, 올화이트, 삼색, 카오스, 치즈, 고등어 등이 있다. 이러한 종류도 모르고 고양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때, “삼색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적이 있다.
삼색 고양이의 털 색이 세 가지라 겉으로 보기에 더 희박해 보여서 시작된 말일 수도 있고, 과학적으로 희귀하다고 알려진 ‘삼색 수컷 고양이’로 부터 파생된 말일 수도 있다. ‘삼색 수컷 고양이’는 일식집의 카운터에서 손을 흔드는 마네키네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시작되어서 구전되는지 모르겠지만, “삼색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증명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즉 미신이다. (고양이의 털 색이 결정되는 원리는 아프리카동물메디컬센터_블로그, 삽소리_유튜브를 참고했습니다! 흥미로우니 관심 있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미신의 영역에 드는 또 다른 부류가 있다. 2022년의 한국 나이로 나를 포함한, 아홉수의 사람들이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불교의 육회 세상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아홉수는 언제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숫자인지 모르겠다. 또 한국 나이로 아홉을 부르는 것인지, 만 나이로 세는 것인지도 애매하다. 그러나 이쯤 불운이나 실패를 겪으면, ‘아홉 수’라는 클리쉐 같은 답을 내놓는 걸 풍문으로 많이 들었다.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묶은, 제목에 ‘아홉’이 들어가는 만화들도 여러 개 있다.
아홉수도 행운의 삼색이처럼 증명 불가능한 미신이다. 미신은 비과학적인 믿음일 뿐이다. 나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혹여 2022년 나에게 아홉수 같은 힘든 기운이 느껴진다면 삼색 고양이 모카의 행운을 기원해보기로 했다. 삼색 고양이 모카는 아홉수 집사에게 행운의 부적인 셈이다. 미래의 일과 미신의 영적인 발현은 알 수 없지만, 사실 모카는 현실적인 마음 부적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그리고 매우 귀여운 것은 자명하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 손이 많이 간다. 혹자는 ‘고양이는 독립적’이라 ‘혼자 잘 먹고 잘 살겠지’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고작 집사일 뿐이지만, 책임감 있는 집사가 되려면 해야 할 일이 꽤 있다. 먼저 아무리 독립적인 고양이어도 혼자 할 수 없으니, 깨끗한 물과 영양가 있는 사료를 챙겨주어야 한다. 고양이 화장실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치워줘야 한다. 또한 고양이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하루에 최소 30분은 놀아주어야 한다.
기본적인 일만 나열했는데도, 하루의 일이 여러 개 쌓인 느낌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고양이 모카와 함께 살면서 하루가 더 여유로워졌다. 시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마음으로도 그렇게 느낀다. 홀로 있을 때는 귀찮으면 청소기도 저녁이 되어서야 돌렸는데, 모카와 함께 한 후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소기를 돌리게 되었다. 모카가 아침부터 아련한 눈망울로 나를 보면, ‘모카가 걷는 곳에 먼지를 둘 순 없지’라는 마음으로 잽싸고 효율적으로 청소를 해버린다.
‘설거지’가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하나의 괜찮은 방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는 행동이 생각의 부정적인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치라고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고양이라는 강력한 동기가 있는 집사의 할 일들이 고양이가 집사에게 선물하는 마음 부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할 일은 더 많지만, 이상하게 모카가 깨끗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평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