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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Feb 13. 2022

고양이와 재택근무 워라벨

1인 가구가 반려묘와 워라벨을 함께 맞춰가는 법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모카


    모카는 2021년 5월에 태어났다. 요즈음 태어난 인간의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모카도 코로나 시대에 태어나 코로나가 없는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모카가 보기에, 집사는 언제나 집에서 나가기 전 하얀 무언가를 입에 대고, 집에 와서는 바로 쓰담해주지 않고 손 씻느라 야단법석이다. 손님의 방문 절차도 꽤 시끄러운 과정이라, 손님들이 오는 게 놀랄만한 이벤트로 생각할 수도 있다.

    모카가 보기에 야단법석이어서 싫을 수도 있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모카와 내가 가족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나도 코로나가 번거롭고 싫지만, 모카와 함께하는 요즈음의 삶은 너무나 다정하고 포근하다. 이런 느낌을 나 혼자만 알고 있어서 아쉬웠는데, 관계와 반려동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과학적인 결과로 나와서 현대 과학에 또 한 번 감사할 뿐이다. (입양 이야기는 ‘모카는 언제나 운동회’ 글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

‘감기 바이러스 노출 실험을 했을 때, 매일 포옹을 받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확률이 32% 낮아졌고 회복 속도도 빨랐습니다.… 친구가 어깨를 토닥여주는 행위부터 포옹, 악수, 마사지나 미용사의 헤어컷까지. 혼자 사는 사람에겐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대신하죠.’ (출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켈리 하딩 컬럼비아 의대 교수 편)
친구들의 존재가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심장마비와 심장 발작 위험을 낮춰주고 건강 악화를 막아준다는 매우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사회적 네트워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감정적으로 친밀하다고 느낀다면 우리의 내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 5명에 반려동물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출처: 로빈 던바, <프렌즈>, 어크로스)



재택근무 N년차 집사


    집사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일을 하고 있고, 회사도 방역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으로 근무한 지 3년 차이다. 모카를 만나기 전에도 출근을 하는 평일보다 재택을 하는 평일이 더 많았는데, 최근 달라진 점은 출근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하고 회사의 자리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현재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집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통근시간이 1분이라는 것과 근무 중 휴게시간을 더욱 편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출근을 할 때면 아침 시간이 매우 바쁘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집 청소와 모카 용품 관리를 해야 한다. 가능하면 출근 전에 모카와 조금이라도 놀아주려고 하지만, 늦잠을 약간 잤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마음의 가책을 느낀 채 황급히 나오기 일쑤였다.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면, 짬짬이 숨을 돌릴 시간이 있지만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기 일쑤이기도 했다.



고양이와 재택근무 워라벨


    재택근무를 하면 통근시간이 1분이고 휴게시간을 편하게 쓸 수 있지만, 단점 없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1인 가구인 나는 늘어난 집의 체류 시간만큼 집에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 늘어났다. 편안한 업무 환경을 만드는 일부터 내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하는 일 등이 있다.

    집사로서 재택근무의 장점은 밖에서 하는 반려동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출근을 하면 집에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모카가 종종 걱정되었다. 밥은 잘 먹는지, 혼자서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고양이는 강아지보다 독립적이지만, 야생고양이가 아닌 이상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다.) 모카는 혼자서 밥도 잘 먹고 혼자서 잘 논 흔적을 남겨주었지만, 밖에 나가면 또 걱정을 하게 된다.

    집사로서 재택근무의 장점이자 단점은 모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입양 후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고양이의 성장 과정에 맞게 재택근무 워라벨을 맞추는 시간도 필요하다. 사냥놀이 같은 상호작용 시간과 각자 일을 하거나 쉬는 독립 시간이 나눠져 있음을 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N년이 지나도 서로에게 지나친 애착을 갖지 않고, 집사의 경우 원활한 업무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다. 고양이도 스스로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모카가 지금보다 어렸을  시간의 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하는 나의 옆에서 놀아달라고 떼를 쓰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다. 가끔 안쓰러워서 대답을 해주기도 했지만, 무시를 하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모카가 크기도 했고 이제 이런 시간의 분리를 당연한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이해하여 행동한다. 모카는 우리가 각자의 시간을 보낼  알아서 편히 쉬거나 집을 어슬렁 니다가, 내가 점심  쉬거나 일이 끝났을 때는 얼른 놀아달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떠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또 그때의 상황에 맞춰 밸런스를 찾아갈 것이다.

(before) 일하지 말고 모카랑 놀아요!
(after)놀 시간이에오? 그럼 재미지게 놀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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