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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Mar 14. 2022

아기인 듯 아기 아닌 아기 같은 반려묘 모카

1인 가구에게 반려묘란


고양이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멀뚱히 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이 아이는 날 무엇으로 생각할까?’ 궁금하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주를 담은 듯한 깊고 아름다운 눈이 나를 볼 때면 모카의 마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혹은 ‘야옹!’, ‘야아아(옹)’, ‘(야)옹’과 같은 소리를 나에게 전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의미는 모르지만 좋고 싫음 정도의 감정은 알아듣게 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원어민과 마주한 것처럼, 나는 바디랭귀지나 의성어/의태어 같은 비언어적인 소통의 숙련자가 되어 가고 있다.

    비언어적인 소통을 넘어, 현대 음성학과 수의학에서 고양이가 사람에게 전하는 소리 언어가 많이 연구되었다. 예를 들어, 낮고 톤의 긴 말(‘유우-’)은 불쾌함을 나타내고, 높은 톤의 짧은 말(‘야옹!’)은 애정이나 관심을 구하는 말이다. 찰스 다윈도 1998년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고양이 소리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과거든 현대든 고양이를 알게 된 사람은 고양이의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한가 보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고양이 소리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양이 소리 번역 앱도 있다! 모카의 소리도 번역해 보았는데, ‘안녕!’, ‘난 지금 행복해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와 같이 의미까지 귀여운 말로 가득해서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수의사 냥토스의 <고양이 집사 매뉴얼>에 따르면, 최신 연구에서 고양이가 반려인을 ‘어미 고양이’ 같은 존재로 여긴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2017년 연구에서 고양이에게 4가지 자극(밥/장난감/냄새/인간과의 교류)을 동시에 주었을 때, 38마리 중 절반인 19마리가 인간과의 교류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고양이를 낯선 방에 잠시 둔 후 반려인이 방에 들어왔을 때, 3분의 2가 반려인 곁으로 바로 다가온 후 방안을 탐색한 다음 다시 반려인 곁으로 돌아가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고양이는 밥이나 장난감 못지않게 반려인을 좋아하며, 낯설고 불안한 환경에서 반려인을 의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책의 172-173쪽)

    그리고 고양이는 개와 달리 인간에게만 특별히 보이는 행동이 없는데, 사람과 소통의 수단으로 쓰는 ‘야옹’ 같은 소리는 아기 고양이만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성묘가 되면, 고양이들은 ‘야옹’과 같은 말로 소통하지 않는다.) 반려인이 있는 반려묘는 반려인을 어미 고양이라고 여기는 게 현재 학계의 정설(?)이다. 반려묘는 나이가 몇 살이든 스스로 아기 고양이라고 여긴다는 썰도 있다.



모카의 취미는 꾹줍이+골골송


    모카와 나의 가족 위계를 딸과 엄마로 정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 어색하다. 공부를 통해서, 실제로 모카도 나를 ‘어미’ 고양이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쑥스럽기도 하다. 그건 모카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엄마라고 여기기 어색하기 때문이다. 집사로서 책임감 있게 보살피고 있지만, 엄마는 어떤 행동과 마음가짐을 갖는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중에 나의 엄마에게 답을 구해봐야겠다.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스스로 엄마임을 받아들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가 어색하거나 말거나, 모카의 취미는 꾹줍이다. 꾹줍이는 꾹꾹이와 줍줍이의 합성어이다. 꾹꾹이는 고양이가 손빨래를 하듯, 양발을 번갈아가면서 무언가 누르는 행동이다. 줍줍이는 젖병을 무는 아이처럼 천 등을 물어서 빠는 행동이다. 골골송은 고양이가 내는 특이한 소리이다. 꾹꾹이와 줍줍이는 아기 고양이일 때 어미 고양이의 젖을 빨던 기억으로 하는 행동이다. 모카는 이 두 가지 행동을 애착 담요에서 한 번에 한다. 그리고 추가로 행복하고 편안할 때 내는 소리인 골골송도 함께 부른다.

    모카의 취미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행복하고 기쁘다. 내가 입양한 고양이가 엄마의 품처럼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알려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카와 함께 하면서, 모카의 취미가 바뀔 수도 있지만 더이상 꾹줍이를 못본다면 내심 아쉬울 것 같다. 이제 스스로 아이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일 수도 있고, 비슷한 생활의 반복으로 지루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카의 하루가 앞으로도 즐겁고 사랑받는 날이 되도록 오래 노력하게 될 것 같다.



아기인 듯 아기 아닌 아기 같은 반려묘 모카


    나의 ‘엄마’ 타이틀은 어색하지만, 모카는 나에게 아기인 듯 아기 아닌 아기 같은 존재이다. 사람의 아이와 다른 점은 생존의 관점에서 꽤 빨리 독립적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보호자가 곁에 늘 있어야 하지만, 고양이는 스스로 먹고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때부터 보호자가 잠깐 외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 사람 아이가 학교를 가고 사회에 나가고 부모의 품을 떠나는 독립을, 고양이는 하지 못한다. 자립의 관점에서 반려 고양이는 평생 아기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을 늘 자신 있게 표현하고, 하루의 행복을 충실히 찾으려는 모습에서 인간인 나에게 삶의 의미를 어렴풋이 기억나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손톱을 깎거나 양치를 시키거나 목욕을 시켜도 조금 이따 다시 나에게 애정 어린 모습을 보일 때면, 가족의 의미와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기도 한다. 이럴 때 모카는 마냥 아이 같지만은 않다.

    나에게 모카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이고, 모카도 나를 어미 고양이로 여길지 다른 의미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실제로 그러하다면,  우리가 각자 죽을 때 주마등에 서로가 출현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루이빌대 신경외과 연구진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노화 신경과학'(Aging Neuroscience)에 임종 직전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던 도중 기억을 회상하거나 꿈을 꾸는 뇌파 패턴을 확인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숨을 거두기 직전 30초간 사람은 기억을 회상하거나 꿈을 꾸는 뇌파 신호를 보냈고, 이 현상은 심장 박동이 멈춘 이후 30초간 지속됐다. 아즈말 젬마(Ajmal Zemmar) 루이빌대 신경외과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이 삶을 마감하려고 할 때 그들의 뇌는 인생에서 경험한 멋진 순간을 재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3년 마우스 동물실험 연구에서도 쥐의 심장이 멎은 이후 30여 초간 유사한 뇌파 발생이 있었다.

(출처: 김인한, “사람이 죽기 직전 30초, 뇌에서 하는 일 밝혀냈다”, 머니투데이)


MeowTalk의 모카 말 번역, 말도 귀여워
무릉도원 이세요?
애착담요에 쌓였다가~ 잡고 잤다가~
어릴 때부터 취미인 꾹줍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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