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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Jan 24. 2022

고양이 모카의 취향을 찾아서

집사가 주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마음


고양이도 취향이 있습니다


    고양이의 생존에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먹기 위해 필요한 사료와 배설하기 위해 필요한 모래이다. 먹을 것과 보금자리가 부족한 도시의 길고양이는 선택권이 적지만, 집사를 간택한 집고양이는 두 아이템의 취향을 가진다. 냥바냥으로 까탈스럽거나 무던함의 정도가 모두 다르지만, 집고양이는 사료나 모래의 여러 제품 중에 유독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 있다.  이는 ‘기호성’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 된다. 그리고 취향을 가지는 고양이의 도도함은 ‘고양이의 야생성’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산지 1만여 년이 되었으며, 한국에서 고양이가 집에서 함께 산지는 고작 20년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집사들이 사는 모래와 건사료는 1940년대 말-195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한국에는 1990년대 말부터 수입되었다고 한다. 즉 고양이는 유전적으로 실내에 적응하기에 인간과 함께 집에서 산 기간이 너무 짧다. 집사도 고양이들도 적응 중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야생성이 남아있다. 고양이의 도도함이나 알 수 없는 행동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야생성으로 부터 온다고 한다. 인간은 이런 신비로움에 빠져 기꺼이 집사가 된다. (실내묘의 역사에 대해 <윤쌤의 마이펫 상담소><거실의 사자>를 참고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유목민을 아시나요?


    집사가 된 후 ‘오늘 점심 뭐 먹지?’보다 어려운 선택은 ‘어떤 사료를 먹일까?’와 ‘어떤 모래를 쓸까?’이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사료’와 ‘모래’가 필요한 것은 알았지만,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줄은 몰랐다. 심지어 커지는 반려 시장과 함께 매달 새로운 사료나 모래가 출시된다.(으아아…!) 하나의 품목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써보는 집사를 유목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료 유목민’ 혹은 ‘모래 유목민’이다. 이들은 주인님의 취향과 집사의 입맛에 딱 맞는 사료나 모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료는 크게 습식사료와 (1950년에 개발된) 건사료가 있다. 습식사료는 사람 음식에 비유하면 참치캔 같은 것이고, 건사료는 시리얼 같은 것이다. 습식사료와 건사료는 재료와 크기, 모양, 형태에 따라 또 나뉜다. 퀄리티에 따라 가성비 사료부터 비싼 금사료라고 나눌 수도 있다. 혹은 생애주기에 따라 베이비용, 키튼용, 성묘용, 노령묘용으로 나뉘기도 한다. 모래는 크게 벤토나이트와 두부 모래가 있다. 벤토나이트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그 모래 형태이고 두부 모래는 두부로 만든 짧은 국수 같은 형태이다. 고양이의 세계에 들어오면, 아이템들의 다양함에 놀랄 때가 많다. 특히 한국은 20년 밖에 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빠르다빨라, 한국사회!)

    그러나 고양이의 신비로움과 주인에 대한 사랑으로, 집사들은 고양이의 취향을 발견할 때까지 유목 생활을  것이다. 이는 가끔 고양이 용품 박람회에 가면,  열기를 느낄  있다. 고양이 용품 박람회는 항상 창고형 매장 같이 넓은 곳에서 진행되는데, 고양이만을 위해 그곳을 찾아온 집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들 마스크를 끼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취향을 발견하겠다는 의지를 눈빛에서 볼때면 어떤 동료애를 느낄때도 있다.  열기와 동료애를 느낄 때면, 유목생활에 힘이 되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언젠가  주인님  취향을 발견할 것만 같다.

       내가 발견한 모카의 건사료 취향은 건강한 향이 나는 비교적 큰 알갱이가 아니라, 약간 조미료 느낌의 향이 나는 작은 사이즈의 알갱이다. 아마 모카가 입이 작은 편이라서, 작은 알갱이를 선호하는 듯싶다. 그리고 건강한 사료보다 조미료 느낌이 좋은 건 아직 한살이 안된 아기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도 어릴 때 돌솔밥보다 버터간장밥을 더 좋아했듯이 말이다. 아쉽게도 모래의 취향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모래는 어떤 모래든 그냥 무던하게 쓴다. 그래도 너무 좋아서 위에서 장난도 치는 모래를 찾고 싶다.



집사는 모카 전용 셰프이자 연예인


    집사는 유목민이기도 하지만, 전용 셰프이자 연예인이기도 하다. 사료와 모래의 취향을 찾아야 하는 임무도 있지만, 이 임무를 잘 수행하게 해주는 주인의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있다.

    모카는 사료가 아니라 간식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면 어느새 옆에 와서, ‘어떤 맛일까?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표정과 눈빚을 하고 있다. 모카는 츄르부터 트릿까지 지금까지 산 간식은 거의 다 잘 먹는다. 모카의 기대 가득한 눈빛과 행복한 표정을 볼 때면, 마치 최고의 미슐랭 셰프가 된 것처럼 뿌듯하다.

    또한 보관함에서 장난감을 꺼냈을 때 모카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거리면, 모카의 전용 연예인이 된 것처럼 기쁘다. 취향이 있는 것처럼, 장난감을 이용한 사냥놀이는 고양이의 야생성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 모카와 매일 하루에 최소 30분은 사냥놀이를 하는데, 모카가 신나게 놀면 집사로서 뿌듯하다.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의 얕은 사랑보다 한 사람의 깊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데, 사람도 한 마리의 고양이에게만큼은 최고의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벤토나이트 구경중인 모카, ‘이 모래는 그럭저럭 쓸만하군’
모카의 셰프라 행복해요
성공적인 사냥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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