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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ug 06. 2020

바울이 쓴 게 아니라고?

신약성경 중에 가장 먼저 집필된 것은 이른바 ‘바울의 편지들’이다.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빌레몬서

에베소서, 골로세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     


총 13개의 편지다.

그런데 현대 신학자들은 이 중에서 6개의 편지는 바울이 아닌 그의 제자나 다른 사람이 썼다고 추정한다. 사용되는 단어 등이 시기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랫줄에 배치한 편지들이 그것이다.  

기원전 2세기 기독교인들이 바울이 썼다고 생각해 성경에 넣은 것을 현대에까지 수정하지 않은 것이다. (책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       


바울이 썼다고 추정되는 7개의 편지조차 오롯이 바울이 쓴 것이 아니라고 추정된다. 바울의 편지들은 당시의 편지들치고는 유난히 길다.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후대에 편집과 삽입 과정을 거치면서 글이 점차 길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학자들도 여러 편지들이 뒤섞인 편집물이라고 인정한다.      


특히, 디모데전서와 디모데후서, 디도서는 바울과 신학적인 견해를 크게 달리한다. 가령 바울은 예수님을 하나님과 버금가는 신성을 지닌 존재이지만 하나님과 예수님을 동등한 존재, 일체의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 편지에서는 동등한 존재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 바울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이었으며 여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았고, 여성에게 교회 내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했지만, 이 편지들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말이 빈번히 등장한다. 가령 “여자는 완전히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워야 합니다. 나는 여자가 가르치거나 남자를 지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디모데전서 2장 11절) 같은 말들이다.        


바울은 초기 기독교의 수장과도 같은 인물이다.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13권이 그의 이름으로 돼있다. 그만큼 그의 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러나 사실 바울의 말은 정말 바울의 말인 경우가 드물었고, 지금까지도 신자들에게 왜곡된 가르침을 심고 있다. 그래서 신약성경 독해는 그저 텍스트를 읽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신학성경은 언제나 여러 신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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