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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Feb 26. 2021

리액션이 다 했다... 뜻밖의 해석 이 만드는 재미

'재미의 발견' 예약 판매 중 선공개 (29)

인터넷에서 기사나 영상을 보고 댓글을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재미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은 콘텐츠에서 추가적인 재미를 얻고자 댓글을 확인합니다. 댓글은 콘텐츠에 대한 일종의 리액션입니다. 이 리액션은 콘텐츠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해석은 보통 웃음을 일으킵니다. 전의(轉意)가 당혹과 집중만이 아닌 웃음을 만들어내니 결국 댓글은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인 셈입니다.  


영상의 시대이기에, 콘텐츠에 대한 리액션은 댓글을 넘어 영상으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그저 골 장면만 보지 않습니다. 인기 유튜버 ‘감스트’ 채널에 들어가 ‘손흥민 골 감스트 반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확인하지요. 리액션 영상에서 감스트는 손흥민의 골에 대해 보통 이상으로 흥분하며(특이) 여러 가지 관련 정보와 엉뚱한 말(전의)을 쏟아냅니다. 또한,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저 뮤직비디오만 보지 않습니다. 그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추고 기뻐하는 외국인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하지요. 이 같은 콘텐츠들을 ‘영상 댓글’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리액션(전의)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성공한 콘텐츠의 원조는 불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입니다. 『슬램덩크』는 등장인물들의 행동행동마다 관객의 반응을 정말 극적이고 비중 있게 묘사합니다. 가령 주인공 강백호가 그저 공을 잡았을 뿐인데도, 관객은 “우와! 무려 백호가 공을 잡았어!”라고 야단법석을 떠는 식이죠. 한편, 일본 만화가 대부분 “에~~!”로 시작되는 이런 식의 리액션을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 


2010년도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조금 시들해진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도 사실상 리액션이 다 했습니다.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K팝스타>, <프로듀스 101>, <쇼미더머니>, <복면가왕>,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숱하게 제작되고 사라졌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편집 방식을 떠올려봅시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반드시 심사위원과 관객의 리액션이 등장합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노래 사이사이에 리액션을 배치합니다. 리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노래를 여러 번 반복 재생하는 것은 기본, 가수의 노래를 끊고 “와 소름 돋아”라는 식의 멘트를 배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거짓 리액션을 교묘하게 편집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PD들은 그러한 연출과 편집이 비록 노래를 망칠 수 있을지라도 시청자의 당혹감과 집중도를 높이고, 결국에는 재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리액션이 바로 전의이기 때문입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노래를 음원, 혹은 원본영상으로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리액션이 있는 것보다 확연히 감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전의가 없으니 당혹감과 집중도가 훨씬 낮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뒤에서 ‘특·전·격의 황금비’를 다룰 때 설명하겠지만, 관객이나 심사위원이 감동하는 모습은 그 노래를 실제보다 훨씬 좋게 들리게 만듭니다. 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의 행동 뒤에 웃음소리를 배치하면 실제보다 훨씬 웃기게 느껴지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의 일부입니다. '재미의 발견'은 내달 26일 정식 출간되며, 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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