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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pr 25. 2021

‘재미의발견’이 입석을 타고 펜실베이니아로 갔다

‘재미의 발견’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22일.       


책이 미국 북동부에 가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읽었다. 나도 가보지 못한 미국 유학을 네가 먼저..!


작가 SEINA님(아마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약사 일과 변역일을 하고 있는)께서 브런치에 리뷰글을 써주신 것이다.     


https://brunch.co.kr/@seinaplee/199


눈물이 나올 뻔했다. 브런치에서는 첫 리뷰. 그것도 미국. 무엇보다 마음을 울컥하게 했던 것은, 이 책의 오프라인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간  주와 둘째 주에  책은   나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점이라고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과 광화문점에서 20여권이 팔렸다. 책을 읽어보신 윤광준 작가님께서는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를 거예요."라고 하시기도 했다.


“첫 책에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라던 출판사 편집장의 말이 무색했다.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 외에는 그 이상의 홍보를 하지 못하는, 무명의 작가의 책치곤 준수한 판매량이었다. 신기해서 서점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다. 책은 경제/경영 신간 코너 한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각 서점의 재고가 두 권씩 남은 상황에서 재고는 더는 채워지지 않았고, 1주일간 책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토요일, 다시 서점에 방문해본 결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은 더 이상 ‘누워있지’ 않았다.      


기자 시절 ‘누워있는 책과 서 있는 책’의 차이점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었다. 신간 서적은 몇 주간은 누워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아주 잘 팔리지 않는 이상, 돈을 내지 않으면 누워있을 수 없다. 서가에 꽂힌다. 서가에 꽂히면, 관심있게 살피지 않는 이상 책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본주의 논리다(이 글은 대형서점을 디스하는 글이 아니다). 그 기사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때 나는 기분이 좋았으나, 지금은 울적하다.       


“신도림 교보문고 지나다가 있는가 들어가봉께 읍다. (재고 확인해 보니) 부천점에 있어. 지나가다 직접 사볼란다.” 지난 수요일에 부천에 사시는 고모가 이렇게 연락을 해오셨다.      


무명 작가의 첫 책. 애초에 대형서점들은 이 책을 많이 가져가지 않았다. ‘사전 판매’에서 많이 팔릴수록 책을 많이 가져간다(그래서 여력이 되는 작가들은 사전판매 시 많은 책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교보문고도 광화문점이나 강남점을 제외한 지점은 한, 두 권씩 사갔고, 절반 정도는 사가지 않았다.      


그리고 한, 두 권씩 사간 서점들에서 ‘재미의 발견’은 처음부터 서 있었다. 부천점에 들르신 고모는 책을 한참을 찾았다. 미안하셨는지, 책 사진은 보내주셨지만 책이 어떻게 꽂혀있었는지는 보여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책이 서 있던 가요, 누워있던 가요?”     


“끼”

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오셨다. 다른 책보다 몸집이 작은 ‘재미의 발견’은 서가에 깊숙이 끼워져 있었다. 나는 일부러 쿨한 척을 했다.      


“돈이 없으니 서 있네요ㅋ”


그러니 고모가 하신 말씀.     


“니가 출판사 차려부러”     


“그래도 광화문, 종각, 강남에서는 누워있어요. 다행히. 그리고 출판사 차리면 대부분 빚지고 장사해요.”     


나는 우리 고향 집에 이사 온 달팽이 식구들로 말을 돌렸다. 친한 언론사 금융부 부장님이 아프리카 왕달팽이 네 마리를 선물하셨고, 그날 아버지께서 그 ‘숲 속 요정들’이 집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느그 아버지 취미 추가 ㅋ”     


이렇게 화제를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말을 돌리고 싶지 않다. 3년간 고군분투하며 쓴 ‘재미의 발견’,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최고만을 담아낸 책. 하나님께서 주신 너무나도 소중한 책.      


아이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내 소중한 아이가 돈이 없어서 무궁화호 입석을 타고 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입석을 꽤 좋아하지만..) 나는 장사꾼이 돼야겠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 너를 홍보해야 겠다.        


그래서 또다시 SEINA 작가님에게 고맙다. 오늘 올라온 첫 리뷰, 그것도 미국이라니.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북동부라니. 출판사 사정 때문에 이북도 제작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새 책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니.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글을 읽고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한편, 리뷰글을 보니, 과거 취재한 것이 떠올랐다. 대형 출판사들에 연락을 돌리며 “최근 가장 핫한 출판 마케팅 방법은 뭡니까?”라고 질문했었다.      


대형 출판사 홍보 부장님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독서 스터디를 여럿 만들고, 그분들에게 홍보할 책을 읽게 하고, SNS에 리뷰글을 쓰도록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에요,”     


그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저도 해보렵니다. 혹, 재미의 발견을 읽고 어떤 SNS에든 짧은 리뷰글을 써주실 수 있으시다면, 제 메일로 주소(편의점 택배 주소도 괜찮습니다)를 보내 주시면, 사인한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메일은 ‘제안하기’ 버튼을 누르면 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아버지는 역시 생물 키우기의 달인이시다. 왕달팽이가 집에 온 지 사흘 만에 알을 200개 낳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다.  


*일전에 올렸던 '고양이를 찾습니다'라는 글은 주인이 고양이를 찾아서 내렸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시몬 작가님께서도 오늘 '재미의발견' 소중한 리뷰글 올려주셨습니다.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s://brunch.co.kr/@express9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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