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2배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히고, 내년에 금리를 3회 인상하리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간 '일시적 문제'로 규정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는 다수의 전문가가 예상했던 결과이며,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예고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연준은 "물가인상률이 2%를 넘어서고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는 빠르게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중 10명이 내년 0.88~0.12%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5명은 0.63~0.87% 수준의 인상을 전망했다. 인상 횟수는 지난 9월 점도표에서 위원들이 내년 1회 인상을 전망했던 데에서 3회로 늘어났다. 위원들은 또한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3회, 2회씩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위원들이 테이퍼링이 종료되기 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완전 고용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테이퍼링 종료 후 금리 인상까지 오래 기다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위원들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뉴욕증시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에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다우 +1.08%, S&P500 +1.63%, 나스닥 +2.15%)
아래는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다.
-미국 11월 소매판매 전월보다 0.3% 증가. 시장 예상치(0.8%)를 밑돌았고, 전월(1.8%)보다 증가율이 둔화했다. 연말 쇼핑 시즌이었음에도 물가 상승 압박에 소비자들이 쇼핑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 성장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뉴욕주의 12월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31.9를 기록. 전달의 30.9를 소폭 웃돌았으며 시장 예상치였던 25.0을 크게 웃돌았다.
-1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7% 상승. 전월 상승률인 1.5%를 밑돌았다. 다만 전년 대비 상승률은 11.7%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이 외에 엔비디아 주가가 7% 올랐다. 주택 인테리어 관련 용품 및 기기를 판매하는 로우스의 주가는 회사가 2021년 매출 전망치를 유지했다는 소식에도 2% 이상 상승했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2021년 매출 전망치를 전보다 상향했다는 소식에 10%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미국 연준과 체결했던 600억 달러 규모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예정대로 계약만기일인 올해 12월 31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금융, 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는 배경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는 본래 지난해 9월까지였으나 두 차례 연장된 바 있다.
통화스와프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양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올 수 있다. 달러 확보가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작년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 다음날인 3월 20일 코스피가 7.4%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40원 가까이 급락하는 등 코로나19 우려로 무너진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해 3월부터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외화대출을 실시했고, 총 6차에 걸쳐 198억7200만 달러를 공급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30일자로 통화스와프 자금을 전액 상환했다. 현재 공급잔액은 없는 상태다.
한은은 최근 금융, 외환 시장 상황과 강화된 외화 유동성 대응 역량 등을 감안할 떄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639억 달러로 2020년 3월보다 16% 증가했다. 지난 9월에는 환매조건부 외화채권 매입제도를 구축한 바 있다.
한은은 "최근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해서 보이는 가운데 CDS 프리미엄, 외화 차입가산금리 등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외화차입여건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공급된 자금도 전액 상환한 이후 현재는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