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는 물가가 문자 그대로 치솟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나라들처럼 금리를 올리기보다 오히려 인하하고 있어 향후 물가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무려 36%, 그러나 중앙은행은 4개월 연속 금리를 낮췄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19%였던 기준금리가 연 14%로 낮아졌다. 환율은 지난해 초 1달러당 7리라 수준에서 최근 13리라를 넘어섰다. 리라화 가치가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중앙은행 수장들을 줄줄이 해임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낮춰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저금리를 유지해야 수출이 늘고 터키 경기가 좋아져서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리라화를 그저 가지고 있기만 해도 1년이 지나면 재산이 40%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터키인들은 가상화폐를 사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1주일 동안 리라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한 액수가 우리 돈 14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6월 초 거래액과 비교하면 1년 6개월 만에 73배가 불어난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해 변동성을 낮춘 가상화폐) 테더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고 한다.
한편, 터키인들은 현재 자국 은행도 믿지 못하고 있다. 외화가 부족한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들이 예치한 달러를 사용하면서 터키인들 사이에서 달러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터키인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찾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