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시대에서 유리한 기업은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이 강한 기업이다. 가격 결정력이 강한 기업이란 시장 점유율이 높은 독점적 기업이거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 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위축되지 않는 기업은 물가 상승기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치폴레처럼, 가격 인상을 결정했거나 예고한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가 뛰고 있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주가가 12.25% 상승했다. 지난해 쇠고기 가격을 약 32% 인상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비누, 칫솔, 샴푸, 다우니 섬유유연제 등을 파는 생필품 제조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는 오는 28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발표에 주가가 한 달 사이 12.1% 올랐다.
최근 한 달 간 코카콜라(+10.4%)와 맥도날드(+3.8%) 주가도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7.3%, 9% 하락했다.
가격 결정력이 약한 기업들은 고전하고 있다.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미트 주가는 올해 8.62% 떨어졌다. 비용이 올라도 쉽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혹은 인상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국내 기업으로는 농심과 SPC 삼립,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이 있다.
사진= 중앙일보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기업의 가격 전가는 경쟁이 심한 수출 업체보다는 내수 기업 위주로 가능할 것"이라며 "식료품주와 시멘트와 같은 건축자재주, 불확실성이 있지만 대선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는 발전 공기업 등이 가격 전가가 가능한 업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가격이 올해 들어 13% 급등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중국, 인도가 세계 3대 알루미늄 생산국(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13% 차지)인데 중국과 러시아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3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 코로나19로 봉쇄됐다. 러시아는 만약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과 NATO가 경제 제재를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국간 갈등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알루미늄 생산 비용이 상승하는 것도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이다.
알루미늄은 전기차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쓰인다. 탄소 중립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