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백화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내 복권 판매액이 전년 대비 10.3% 늘어난 5조9755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의 호실적은 사치품 소비가 견인했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매장을 보유한 백화점들이 모두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3대 명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신세계 백화점은 영업이익(5173억원)이 전년 대비 484.6% 급증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연매출 2조5천억원을 넘어서며 매출 세계 1위 백화점이 됐다. 명품 매출이 44.9%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해외여행에 쓸 돈이 명품 보복 소비에 쓰인 것이다.
루이뷔통코리아와 에르메스코리아는 매출이 각각 33.4%, 15.8%, 영업이익이 각각 177.2%, 15.9% 증가했다. 샤넬코리아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면세점 실적이 매출에 반영돼 매출이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4% 증가했다.
로또 복권 판매액은 8.4%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인쇄복권, 연금복권, 전자복권의 판매액도 전년 대비 각각 19.8%, 29.2%, 25.6%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경마, 경륜 등 대면 중심의 사행 산업이 위축된 영향도 일부 있어 보인다.
지난 17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국내 주요 상장사 193곳 중 67.9%가 실적이 전망치에 미치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떨어지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은 101곳(52.3%)에 달했다.
당초 증권사들에서 4분기 68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SK이노베이션은 4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58.2%가량 밑돌았다. 크래프톤의 실적은 전망치를 무려 80.1% 하회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46.9% 밑돌았다. 기존에 4분기 적자가 예상됐던 조선 업종은 대부분 전망치보다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어닝 쇼크의 원인이 일정 부분 기업들이 4분기에 반영한 충당금과 성과급에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4분기에 반영할 충당금이었다면 그 이전에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을 것이고 이를 미리 반영했다면 1~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4분기에 쌓이는 충당금은 좋았던 1~3뿐기 실적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배신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어닝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올해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고, 가장 가까운 1분기 전망치 흐름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며 올해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32곳(16.6%)에 불과했다. SK바이오팜과 펄어비스 등이 여기 속한다. 미국과는 반대다. 이제 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추정치를 쉽게 믿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