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8I4xvTbEutY
'엄마(혹은 할머니)의 요리법을 어디다 기록해놓을 수 없(었)을까'
가족이 있다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집밥보다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많아도 때때로 집밥만큼 먹고 싶은 건 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엄마에게 요리법을 물어봐야 겠다' 하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물어보기 쑥스러워서, 혹은 귀찮아서 다음에, 또 다음으로 미뤄버린다.
'[윤이련]50년 요리비결'(구독자수 87.5만명)은 시청자의 이러한 결핍을 건드린다. 영상에는 집에서 늘 먹던 것과 비슷한 반찬이 있고, 엄마가 있고, 엄마의 요리 비결과 그것을 배우려는 딸이 있다. 언젠가 엄마에게 물어봐야지, 하던 음식들의 레시피가 엄마가 자식에게 전하는 언어로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지금 없는 것들, 그러나 줄곧 원하던 것, 결핍의 대상이다.
영상에서 엄마는 50년 요리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집에서 먹어봤을 만한 거의 모든 집밥의 요리법을 아주 직관적이고 친근하게 설명한다. 진짜배기(적어도 그렇게 여겨지는) 요리 꿀팁들이 어린아이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도 쉽게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상에서 엄마가 요리를 가르치는 대상은 자기 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가르침보다 더 쉽고, 정확하고 유용하며, 다정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엄마가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로 툭툭 풀어내는 말들에는 단순한 재치를 넘는 무언가가 있다. 노인들은 대부분 시인이다. 시인의 말에는 깊이가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각이 있는데, 노인의 말에도 세월만큼의 깊이와 온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이련님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보면 정말 시인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영상마다 소개글이 있는데, 그게 시인지 영상 소개인지 헷갈린다. 다음은 채널의 소개글이다.
◆ 저의 소개 ◆
솥뚜껑 운전 경력 50년
낮은산 푸른들 파란바다 끝이 없는곳 남해고향 내가 나서 자란곳
9남매 오진속에 숫가락도
내꺼 차지못하는
그 유년 시절은
지금은 그리워라
소몰든 추억 남해바다 낭장막 (멸치어장 20년)
도회지 좋다좋다 넘으집 셋살이 20년
청춘은 노도같이 지나 가삐렸네
지금 남은건
물길속 고기종류 각갑류 해초류 바다밑에 돌도 헤이것네
마트 20년
들에나는 온갖남새 종류 토양따라 종류도달아
보고느끼고 맛보고 다~
터득하게 되었다네
그것이 인제
나의 남은자산
지식이 넘쳐나니 상대에게 줄때가 된듯
70넘어 유튭은 내 생애
마지막 상대를 이롭게 할
놀이동산
즐겁게 놀다가 먼지처럼 가고잡다
위에 공유한 영상은 어제 24시간 동안 한정해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100개 중 하나이다.
이 영상은 단순한 '잡채 레시피' 그 이상이다. 영상을 보면 일반인이 느리게 요리하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80만명이 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채널은 단순히 요리를 가르쳐주는 것을 넘어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재미있네?'
20대에 쓴 첫 장편소설을 읽은 출판사 사장의 말에 '재미'에 천착하게 됐습니다.
'도대체 뭐가 재미지?'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다양한 콘텐츠를 뜯어보며, 크리에이터들을 인터뷰하며 재미를 만들고 증폭하는 요소들을 분석해왔습니다.
당신의 콘텐츠에 시청자와 독자의 당혹감과 집중을 더하고 싶다면... 혹은 조금 독특한 책을 읽고 싶다면...
'재미의 발견'을 추천합니다. 열심히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