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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ug 19. 2017

이 기록이 그들에게 족쇄가 되리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고발 기록 <공범자들>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통령 재임 기간 자행된 보수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은 우리 언론의 현실을 엉망으로 망쳐놨다. 사실을 취재하여 보도하고 문제점을 공유하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기능을 무참히 짓밟았다. 옳고 그름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부합하느냐의 기준으로 언론에 칼부림을 가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그들을 부려 정부의 잘못과 부정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은 폐지시키거나 제작진을 해고하고 좌천시켰다. MBC의 'PD수첩'과 '100분 토론', KBS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4대 강 사업의 문제 제기와 함께 부당한 칼부림의 피해를 당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PD와 전 MBC사장 김재철
현 MBC 사장 김장겸과 뉴스타파 최승호 PD


어용이 되어버린 언론인 선배들, 공범자들이 되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만든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짓밟혀온 공영방송과 손발이 묶인 채 어용으로 전락하며 기레기 같은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된 언론을 되짚는다. 언론이 망가지면서 제대로 감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2014년의 세월호 참사를 더 큰 비극으로 만들었고, 2016년의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한탄 또한 느껴진다. 보수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철저하게 언론을 망쳐온 사람들을 '공범자들'로 명명하며 그들을 찾아가 책임을 묻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 


뉴스타파 최승호 PD와 전 KBS사장 길환영
현 KBS 사장 고대영


이명박은 물론이고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지는 MBC 사장, 박상후 MBC 보도국 부장, 백종문 MBC 부사장, 길환영-고대영으로 이어지는 KBS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언론을 망친 '공범자들'로 지목된다. 명백히 밝혀진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부인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인터뷰를 거부한다. 스스로 비상구를 걸어 내려가 놓고서 왜 자신을 폭력적으로 끌고 내려가냐고 따지는 어불성설부터, 책임을 묻는 PD에게 지금은 방송의 밝은 미래를 논하는 자리이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는 황당한 답변까지 아무말대잔치를 펼친다. 방송과 언론의 현재를 망쳐놓은 그것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방송과 언론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더욱이 이 공범자들이 대부분 언론학자, 언론인 출신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함께 하는 동료, 후배들을 어용이 되어 짓밟아버린 것이다.


MBC 부사장 백종문


고발의 기록, 족쇄가 되리라


<공범자들>이 언론을 망친 핵심인사를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의 목적은 다름 아닌 고발의 기록에 있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한 관객이 질문을 던졌다. 친일파의 청산이 필요한 것처럼 언론을 망친 적폐 세력의 청산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승호 PD는 <공범자들>이 바로 그 적폐 청산의 기능을 위한 기록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기록한 이 영화의 수명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기록이 후에 그들의 후손들에게도 보여질 수 있으며 현재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임으로써 적폐 청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MBC 허일후 아나운서는 이 영화가 후에 MBC 설, 추석 특선 영화로 편성되어 방송이 될 날에 대한 꿈을 말하기도 했다. 일가족이 모여서 평안하게 과일을 깎아먹는 명절 낮에 방송을 통해 이 영화가 방영된다면 '공범자들'과 그 가족들이 결코 편안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기록으로서 이 영화는 기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타파 최승호 PD, 김용진 대표, MBC 허일후 아나운서
방송3사 파업 지지 현장의 시민들


"당신은 왜 이래? 이거 다 당신을 위한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는 언론을 망친 공범자들을 추적하는 한편 그들에게 맞서며 언론 자유를 수호하려던 수많은 언론인들의 투쟁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그중 MBC 김민식 PD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던 기록은 울컥하게 만든다. 홀로 외치는 그 장면에 이어지는 연대의 순간은 지금의 이 문제에 대처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KBS, MBC의 PD, 기자, 아나운서, 제작진은 이제 언론 적폐와의 마지막 투쟁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업을 잠시 내려놓고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 투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에선 그들의 직장의 문제이고 그들만의 문제일 텐데 왜 전 국민에게 알리고 연대를 요구하는지 묻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공공성을 띠며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과 언론의 시청자이자 사용자인 국민으로서 방송과 언론이 제 구실을 하는지 감시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요구하는 것은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방송과 언론이 망가지는 문제는 그저 한 회사의 사정, 그 직장인들의 문제로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빙신, 기레기를 당당히 우리의 방송과 언론이라고 수용할 수 없으므로 이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방송과 언론이 자유를 보장받으며 그 어떤 권력과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묵묵히 그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연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게나마 그 활동에 후원을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연대의 순간 MBC 김연국 기자
MBC 이용마 기자, MBC 김민식 PD


최승호 PD가 끝까지 놓지 않고 책임을 물으려 쫓는 인물로 등장하는 이명박은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 그의 무사 안녕한 모습 뒤로 MBC 이용마 기자의 모습이 이어질 때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MBC 김재철 사장 시절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이끌었던 기자, 김재철이 첫 번째로 해고한 기자인 이용마 기자의 현재의 모습이 이명박의 무사 안녕한 모습과 대조되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제 정말 이 아픔을 끝내버릴 때가 된 것 같다. 곧 끝이 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투쟁하는 언론인에게 응원을 보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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