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Bigstar Oct 17. 2017

전속력으로 돌진하며 반짝이다

<아이 앰 히스 레저> 히스 레저를 추억하며 오늘의 별들을 떠올리다


아이 앰 히스 레저


전속력으로 돌진하며 반짝인 스타, 히스 레저

그를 추억하며 오늘의 별들을 떠올리다



젊은 죽음은 안타깝다. 매력과 재능을 지녔고 그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젊은 스타의 죽음은 늘 충격적이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투영된 스타의 모습은 스타의 실체와 다른 만들어진 이미지일 수 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이 그 이미지라고 해도 젊은 죽음은 안타깝다. <아이 앰 히스 레저>는 그 안타까움에 크기를 더한다. 영화를 통해서 드러난 캐릭터뿐만 아니라 인간 히스 레저의 실체라고 할만한 기록물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지로만 알았던 모습 이면에 있던 히스 레저의 실체를 만날 수 있기에 <아이 앰 히스 레저>는 귀한 기록물이며 동시에 관객은 젊은 그의 죽음에 더한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 그의 반짝이는 재능을 닮은 현실의 젊은 예술가들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재능을 가지고 꿈을 키워나가는 또 다른 히스 레저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개인용 캠코더로 촬영한 듯 심하게 흔들리고 자글거리는 화면이 10대의 히스 레저를 보여준다. 개구쟁이처럼 팔딱거리고 카메라와 사랑에 빠진 듯 렌즈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우리가 익히 알던 히스 레저의 눈빛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의 재능이 꿈의 나래를 펴게 됐던 '히스 레저-더 비기닝'을 목격하게 된다.

체스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하키 등 운동에도 소질이 있던 히스 레저. 그러나 어릴 적부터 따랐던 친누나의 영향으로 배우의 길에 접어든다. 오디션을 치를 때도 당당한 자신감으로 확신에 차 있던 그는 그 확신만큼 빠른 속도로 할리우드 영화계로 진출한다. 고향인 호주 퍼스를 떠나 할리우드로 옮겨오는 과정에 망설임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주인공 패트릭으로 등장해 학교 운동장 계단에서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장난스럽게 부르던 그의 모습은 여전히 히스 레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10대들의 지지를 받으며 할리우드 청춘영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그는 대중이 환호하는 그 자리에 머물기를 거부했다. 비슷비슷한 10대 배역들을 모두 거절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도전을 계획했다. 그의 도전에 힘을 더해준 것은 영화계의 개성 넘치는 감독들이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패트리어트>에선 그가 영웅으로 생각하는 배우 멜 깁슨과 공연했고 MTV 스타일과 중세 시대 기사 이야기를 섞어놓은 브라이언 헬게랜드의 <기사 윌리엄>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이후 테리 길리엄과 <그림형제><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라세 할세트롬과 <카사노바>, 이안과 <브로크백 마운틴>, 토드 헤인즈와 <아임 낫 데어>,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를 작업한다. 이런 그의 경력을 보더라도 매번 변신하며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도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장애물을 뛰어넘고 결국 해내는 순간의 쾌감을 즐긴다는 그의 말은 히스 레저란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안타깝게도 그 속도만큼이나 그의 생도 빠르게 끝을 맺었다.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했고 친구와 함께 음악 레이블을 만들기도 한 것은 그가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활동에 재능과 애정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이 앰 히스 레저>에는 본 이베어가 히스 레저를 추억하며 만든 ‘퍼스’라는 곡이 흐른다. 본 이베어의 대표곡인 ‘wolves act 1 and 2’도 관객으로 하여금 히스 레저를 차분한 마음으로 추억하게 한다. 본 이베어의 음악이 이 작품에 흐르게 된 계기도 히스 레저가 준비했던 음악 레이블을 통한 인연 덕분이었다고 한다.





<아이 앰 히스 레저>는 개인적인 기록물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도 한다. 10대 때부터 촬영했던 영상과 그림, 사진 등의 기록이 이제는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를 세상 사람들이 더 잘 알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근래 개봉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다큐 <에이미>와 세르게이 폴루닌의 다큐 <댄서>를 봐도 어린 시절부터의 자취를 담아낸 개인의 기록물이 한 사람의 기록물을 넘어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영감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히스 레저가 남긴 그 자신의 기록물 역시 그를 추억하게 하고 다시금 그의 재능을 떠올리게 하는 매우 귀한 선물 같다.




히스 레저의 개인 기록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젊은 예술가들이다. 별처럼 반짝이는 개성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무명의 예술가들, 재능만큼이나 반짝이는 눈빛으로 열정을 뿜어내며 관객과 만나는 무명의 배우들을 떠올리게 된다. 유명하지 않을 뿐 곳곳에서 반짝이는 그들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스타 히스 레저의 모습처럼 반짝이는 그 각자의 이면에 여러 가지 모습들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반짝거림을 지녔기에 그 이면의 고독과 쓸쓸함을 이해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부디 그들의 에너지가 다시는 안타까움을 갖게 만들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수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전속력으로 달려왔던 히스 레저가 떠난 자리에 남은 안타까움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다.  그 별들을 지켜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그대들과 함께한 20세기는 찬란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