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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pr 30. 2021

20대 남자 배우라면 꼭 도전하고 싶을 뜨거운 캐릭터

연극 <빈센트 리버>

연극 <빈센트 리버>.

2021년 4월 29일(목) 관람.



성탄 캐럴이 흐르고 하얀 눈이 내리던 서늘한 겨울밤, 빈센트는 집단 폭력으로 사망한다. 아들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마을 사람들의 혐오와 비난을 피해 이사한 아니타. 이사 전부터 그러더니 이사 후에도 자신의 집 근처에서 한 청년이 계속 눈에 걸린다. 여느 해와 달리 더위가 일찍 찾아온 부활절, 아니타는 집 근처를 계속 서성이던 청년 데이비를 마침내 작정하듯 불러내 집으로 들인다. 의심과 질문, 경계의 공기 속에   두 사람은 빈센트라는 집합에 서서히 가까이 다가가고 결국 진실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그 날의 진실이 무대 위를 장악한 폭풍 같은 수 십분 간, 무대는 엉망이 되고 부서진 것들의 파편이 차가운 침묵 속에 두 사람의 상처를 찔러 피를 철철 쏟아낸다.


아들을 잘 알지 못했던 어미와 죽음의 유일한 목격자인 청년이 이끄는 두 시간의 극은 서서히 끓어올라 끝내 뜨거운 폭탄을 관객의 품에 던진 채 침묵으로 끝마친다. 망자의 한, 그리고 그 죽음의 진실을 전하고 전달받는 주체들의 타는 애가 뿌리는 화두는 온전히 관객이 극장 밖 세상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가 된다.


<에쿠우스>의 폭발적인 무대를 봤던 때가 떠올랐다. 후반 데이비가 진실을 쏟아낼 때가 특히 그렇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은 쏟아내고 송강호는 리액션으로 앙상블을 이룬 것처럼, 이 연극에서 청년 데이비는 쏟아내고 중년 여성 아니타는 리액션으로 중심을 잡는다. 그런 면에서 특히 20대 젊은 남자 배우가 연기의 에너지를 실험하고 도전하고 폭발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국내 초연으로 아는데 이후에도 20대 남자 배우가 가장 탐낼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작년 부활한 백상예술대상 연극상을 거머쥔 신유청의 연출만으로도 예매를 하게 만든 연극. 원형 무대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무대를 바라보고 왼편인) A구역에서 봐서 배우의 정면보다는 측면과 후면을 마주하는 때가 더 많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비로소 배우의 정면과 첫 대면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해서 꽤 짜릿했다. 각 배우별로, 원형 무대의 각 객석 별로 어떤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폐막 전에 다시 찾고 싶은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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