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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Jan 16. 2022

<하우스 오브 구찌>
꿈꿀 자격이 있나요?

눈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귀가 더 즐거웠던 감상


리들리 스콧의 <하우스 오브 구찌>.

이름만으로도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 구찌 가문에서 시작하고 부흥을 이룬 브랜드였지만, 결국 구찌 안에 구찌의 성을 지닌 사람이 없게 된 실제 이야기가 리들리 스콧에 의해 영화화됐다.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는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를 보자마자 호감을 느끼지만 그의 성이 ‘구찌’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그와 관계를 맺기 위해 돌진한다.

노력의 결실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파트리치아는 구찌 가문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다. 구찌 성을 갖고자 했던 파트리치아의 꿈은 이뤄졌지만, 꿈은 더 커져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되고 결국 엄청난 비극으로 치닫는다.



당신을 꿈꿀 자격이 있는가?’

파트리치아가 끝내 갖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구찌라는 이름만이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 이름이 보장하는 꿈꿀 수 있는 자격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서 구찌 샵에 가서 그중 조금 저렴한 명품을 구매하는 것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명예가 없다면 꿈꿀 자격도 가질 여유가 없다는 파트리치아의 가치관은 지금 돈 버는 일에 눈이 뒤집힌 우리의 가치관과 그리 달라 보이진 않는다. 끊임없이 원하는 것을 갖는 꿈을 꾸고 그 욕망을 이뤄내는 삶을 추구하는 그녀에게 구찌가 입성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고, 꿈꿀 수 있는 자격을 지켜내기 위해 구찌라는 성은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리고 그런 꿈을 꿀 자격이 있는가. 그 자격은 무엇으로 주어지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아침부터 명품샵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서로 밀쳐대며 달려드는 사람들의 영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믿고 보는 리들리 스콧의 진중한 연출과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자레드 레토의 분장부터 뛰어난 연기력까지 감탄할 건 많지만, 사실 <하우스 오브 구찌>가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것은 음악이다. 80년대 팝, 디스코 히트곡들이 쉴 새 없이 흐른다. 도나 섬머, 블론디, 뉴오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가 귀를 즐겁게 하고 객석에서 얌전히 앉아있을 수 없게 만든다. 최소한 다리라도 까딱까딱 흔들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박수를 치고 싶었던 음악의 사용은 파트리치아와 마우리치오의 결혼식 장면에 조지 마이클의 Faith가 흐를 때다. 그냥 들으면 성당 결혼식 행진곡 같지만 마침내 조지 마이클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조지 마이클 Faith 뮤직비디오 https://tv.kakao.com/v/302195347@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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