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Bigstar Feb 20. 2022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줄 진짜 파트너 찾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모럴센스>. 이 웹툰의 존재를 몰랐던 나는 솔직히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의 트레일러를 봤을 때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앞섰다. 그냥 생각없는 섹스코미디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재가 BDSM이라니, 서현이 왜 이런 작품에 출연한 건지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런 선입견이 생겼음에도 플레이 한 것은 넷플릭스 '현재 영화 1위'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무 기대없이 틀어나보자 했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결론은 내 선입견이 틀렸다는 것이다.

영화는 연애와 관계를 다루는 영화로서 꽤 생각이 있고, 꽤 진정성이 느껴졌다. BDSM을 소재로 선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배우들을 소비하지도 착취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어 보이는 것이 관객을 얕보지 않고 진짜 관계와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진정성으로 전달된다.



같은 회사 홍보팀에서 일하게 된 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 비슷한 이름 때문에 오배송된 택배 물건 때문에 지우는 지후의 성적 성향을 알게된다. 이를 계기로 둘의 관계는 시작되고 감정은 무르익는다. 이 영화가 현명한 것은 이런 에피소드를 호들갑스럽게 다루고 희화하거나 화장실코미디로 전락시키지 않는 것이다. 둘의 관계를 남성과 여성, 대리와 사원이라는 입장에 두면서 BDSM플레이는 이 입장이 갖는 전형성을 전복시키는 상황으로 풀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답답하거나 구태스럽지 않고 흥미롭게 숨통이 트인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맞닥뜨리는 좌절의 벽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뛰어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이 영화의 선택이 좋다. 지우와 지후가 일하는 회사 환경을 통해 세상을 망치는 건 소수의 특이한 성적 성향이 아니라 개념과 매너, 인간성을 포기한 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성적 희롱을 서슴없이 행하는 인간들이라는 점을 또렷이 보여준다.  또한 지후의 전 여자친구와 카페사장의 에피소드를 통해 문제는 어떤 성향이냐가 아니라 그 성향이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관계로 흐르는 것이 문제이자 폭력적인 관계라는 것도 또렷하게 보여준다.

지우와 지후가 세상의 벽에 좌절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오래 갇혀있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 또한 진정한 연애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그 순간 내 맘 속엔 영화에는 흐르지 않지만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가 흘렀다.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험한 세상 함께 건너는 서로의 다리가 되어주는 관계가 우리에겐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세상 모든 로맨스 영화의 99%가 꿈꾸는 것이고 말이다.



내가 늘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S는 M을 만나면 된다'. 일방향적이거나 강제가 아닌 서로 통하는 S와 M, B와 D는 천생연분이다. 세상 모든 연인들,부부들도 그런 천생연분들 아닌가. 성향이 무엇이든지간에 둘이 통하였다면 말이다. <모럴센스>는 이런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자, 싸구려가 아닌 진짜 방식으로 연애를 담아낸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청소년들에게 성교육 레퍼런스로 써도 좋을 것 같다. 세상에 성향은 상상하는 것보다 많고, 그것은 일방이나 폭력, 장난이나 희롱이 아닌 진짜 관계 맺기로 접근해야 함을 알려주기에 괜찮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진짜 킹메이커는 누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