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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ug 15. 2017

13회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한여름 낮과 밤의 꿈


제13회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JIMFF2017

한여름 낮과 밤의 꿈



인구 13만여 명의 작은 도시, 제천.

2005년부터 해마다 8월이 되면 음악영화의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여름은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에 대해 양면적 감정을 갖게 한다.

지독하게 덥다는 느낌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귀찮다고 생각되게 하기도 하고

막상 가면 이 작은 도시가 주는 편안함과 선선함 때문에 여름 더위를 피해 떠나기에 가장 좋은 피서지로 생각되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망설이게 되다가도 막상 가면 참 좋다는 것이다.


몇 번 방문했던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를 제대로 즐긴 것은 사실 올해가 처음이었다.

보통 당일치기 계획으로 다녀오다 보니 영화 보다가, 사람 만나다가, 먹다가 서둘러 돌아오는 데 급급했었다.

배탈이 나서, 표가 매진이 되어서 영화도 못 보고 돌아왔던 적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3회인 올해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는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했다.

그야말로 한여름 낮과 밤의 꿈을 제대로 꾸고 왔다.


8월 10일 개막하고 8월 15일 폐막하는 영화제 사이 주말이었던 12일~13일 양일간 영화제를 즐겼다.


서울에서 제천으로 가는 방법 중 대중교통은 고속버스와 기차가 있다.

전에 영화제 기간 중 주말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길이 대책 없이 막히는 바람에 예매했던 영화를 보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버스도 기차도 보통 2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당시에 4시간 30분 걸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엔 밀릴 일도 없고, 연착이 되어도 큰 영향이 없는 기차를 택했다.

청량리 역에서 아침 6시 40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제천에 도착하니 8시 35분 정도 되었다.

첫 영화 시작이 10시니까 아주 넉넉하게 시간이 남았다.

제천역(기차)에서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제천 메가박스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거리고 버스로는 3~4 정거장 거리다. 시간이 남기도 했고 서울보다 선선한 공기도 만끽할 겸 극장까지 걸어갔다.


예매했던 표를 발권하면서 예매하지 않았으나 영화제 안내 책자를 보면서 보고 싶어 진 영화 한 편을 추가로 구매했다. 그리고 청풍호반에서 밤에 열리는 '원 썸머 나잇' 티켓까지 끌리는 김에 구매했다.

이제 영화 여섯 편과 청풍호반에서 열리는 밤의 영화&음악축제 '원 썸머 나잇'까지 즐길 일만 남았다.

이틀간의 한여름 낮과 밤의 영화와 음악이 주는 꿈의 시간은 행복하게 흘렀다.


여섯 편의 영화와 원 썸머 나잇 티켓



1. JIMFF2017 첫 영화

   <자비어 쿠가 일대기>  세상은 나의 것


스페인 출신으로 남미의 음악을 미국에 알린 장본인인 자비어 쿠가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스페인 출신이지만 쿠바 하바나에서 그의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냈던 덕에 미국 음악계와 할리우드 연예계에 남미 음악의 전파자가 된 것 같다.

자비어 쿠가라는 이름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거울을 보면서 맘보춤을 추던 장면에서 흘렀던 음악 '마리아 엘레나'가 바로 자비어 쿠가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이기에 익숙하게 기억하는 이름이다. 이 작품을 보기로 한 이유에도 바로 그 기억이 한몫했다.

자비어 쿠가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흥과 여자를 사랑하는 정열적인 스페인 남자로 기억될 듯하다. 다섯 번의 결혼의 시작과 끝, 남미 음악으로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그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짐작하고 느끼기에 충분하게 그려진다. 그가 늘 품에 안고 다니는 치와와가 끝까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2. JIMFF2017, 대만을 만나다

   <타이완 포크 송에 바침>  40년 대만 민가 역사에 바치는 다큐멘터리


2015년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타이완 민가(포크 송)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중심으로 대만의 포크 송의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채워진 다큐멘터리다.

여느 나라의 포크 송이 그러하듯 대만의 포크 송 역시 고유한 문화의 수호와 보존의 의미,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시적인 가사 그리고 저항과 투쟁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미국의 팝 음악을 즐겨 듣고 불렀던 대만의 젊은 뮤지션들이 그들 스스로 즐기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포크 송 역사가 시작됐다. 그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시와 문학을 그들의 멜로디에 담아 포크 송으로 만들어 불렀다. 1971년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상임 의사국 지위를 중국에게 빼앗기고 미국과 단교하게 되는 등 국제적 고립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들은 포크 송을 만들어 부르며 저항했다. 그들에게 포크 송은 폭력으로 저항하는 짐승의 삶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도리를 지켜내며 평화롭게 투쟁하는 인간의 노래였다.

40년 전 포크 송을 만들어 부르는 젊은이들이 중년과 노년이 되어 다시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당시 대만 포크 송의 시작과 전파에 중추 역할을 했던 라디오 진행자가 지난날 자신이 진행했던 한 행사에서 발생한 일명 '코카 콜라 병을 깬 사건'의 오해를 풀어내는 심리적 여정과 그 엔딩이 전체 영화를 마무리하며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JIMFF 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후보작 중 한 편인데 조심스레 수상을 예상해본다.

*8월 15일 폐막식에서 발표된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부문 수상작(롯데어워드)은 

<칠레 음악에로의 여행 | El Viaje - A Road Trip into Chiles Musical Heritage> 으로 결정됐다.  


3. JIMFF2017, 브라질의 디바

   <엘리스 헤지나>  노래가 전부였던 그녀



가난한 브라질 남부 출신의 여자, 엘리스 헤지나. 그녀는 타고난 목소리 하나로 브라질 음악계의 디바로 떠오른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무대를 장악하는 개성 넘치는 당당함, 새로운 목소리를 가졌던 브라질의 디바 엘리스 헤지나를 알리고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결혼과 불화의 행복과 불행을 노래 하나로 이겨내고, 브라질 군부 독재 정권의 검열에 저항해 자유롭게 노래했으나 협박에 못 이겨 굴복했던 한 순간에 쏟아진 비난에 고통스러웠던 가수 엘리스 헤지나. 그러나 그녀를 믿고 지지했던 사람의 힘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일어서는 그녀, 하지만 끝내 고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게 된다. 37년의 짧은 일기, 노래가 전부였던 그녀를 그렇게 살지 못하게 한 세상은 그저 눈물로 그녀를 위로할 뿐이다.

치아를 드러내고 눈을 찡긋거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과 특유의 팔 동작으로 노래 부르는 엘리스를 완벽하게 표현해 낸 안드레이아 오르타의 연기가 압권이다. 유튜브에서 엘리스 헤지나의 노래를 검색해서 듣게 만든다.


4. JIMFF2017, 제천 거리의 악사

  <마이 엄마>  뿌리를 찾지 못한 남자의 공허함

거리의 악사 - 루크 맥퀸의 I wanted you know

제천의 거리에서 한 남자가 영어로 노래를 부른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 아기를 안고 그를 바라보는 여자가 있다. 노래를 부르는 남자는 루크 맥퀸이고 그를 바라보는 여자는 그의 아내인 제인이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는 그들의 딸 줄리아다.

1974년경, 제천의 거리에서 발견되어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루크 맥퀸의 엄마 찾기 여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단 한 명의 한국인, 심지어 아시아인도 만나지 못하고 자랐다는 루크.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뿌리인 친부모를 만나지 못한 것이 남긴 공허함이 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처음 발견된 제천에 와 있다. 자신의 본업인 노래를 부르며 엄마를 찾는다. 마이 엄마가 나의 노래를 듣고 나를 찾아주기를 노래한다.

대상에 크게 개입하지 않고 잔잔하게 주변에 머무는 카메라가 참 좋았다. 만드는 이의 개입을 없애는 데에 루크의 아내인 제인의 역할이 크다. 루크의 옆에서 루크의 상황, 루크의 아픔을 공감하고 하루하루 생활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 영화 속 제인이다. 루크의 엄마를 찾는 것이 루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그의 행복을 바라고 그것이 곧 자신의 행복이기에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딸 줄리아가 행복한 아빠를 갖기를 바라기에 줄리아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제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나의 뿌리 찾기란 쉽지 않은 길에 함께 있는 나의 가족의 존재와 그들이 묵묵히 견뎌내 주는 시간과 존재의 의미가 영화에 드러나고 그것이 큰 감동을 준다.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자막은 '아, 그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을 남기지만 그것이 우울한 엔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당당한 또 하나의 걸음임을 영화를 보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거리의 악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루크 맥퀸과 그의 밴드가 공연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의 노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더더욱 그의 노래가 그의 어머니에게 전해지기를 기도하게 된다. 일반 개봉이 되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5. JIMFF2017, 시인의 노래

  <레너드 코헨에 바침>  그는 시인이었다

레너드 코헨을 아는가. 낮은 목소리로 'I'm your man'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CF 속 BGM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 각인은 레너드 코헨을 매력적인 음색의 유명한 가수로 인식하게 했다. <레너드 코헨에 바침>은 그런 인식이 레너드 코헨을 껍데기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2005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레너드 코헨 헌정 공연을 배경으로 여러 뮤지션이 그의 노래를 부르는 공연 장면과 사이사이 레너드 코헨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하는 뮤지션 중에 루퍼트 웨인라이트와 U2의 보노 외에는 딱히 아는 뮤지션이 없는지라 보는 내내 노래에 집중하게 됐다. 'I'm your man' 뿐만 아니라 레너드 코헨에게 이런 주옥같은 노래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시인이구나!'이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사실 해마다 노벨 문학상의 후보로 거론되고 밥 딜런이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작년에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를 노래로 부른 사람이 레너드 코헨이었구나!

뮤지션들의 헌정 공연 후 마지막으로 U2와 레너드 코헨이 공연하는 'Tower of song'이 흐른다. 다른 뮤지션을 통해 들리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가 아닌 그의 목소리를 통해 마침내 영화의 끝에 듣게 되는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이것이 진짜구나!' 감탄하게 된다. 예술가란 이런 것인가 보다.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우라를 지니는 것, 그만의 목소리로 그만의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것으로 세상에 인정받는 것!

2016년 11월에 타계한 레너드 코헨을 스크린을 통해 가장 멋지게 만났던 인상적인 체험이었다.



6. JIMFF2017, 물, 바람, 영화 그리고 음악 - 원 썸머 나잇

영화 <웬 걱정?> 무성영화 상영 라이브 연주 : 스티븐 혼
스페셜 큐레이터 프로젝트 : 픽 업 더 뮤직, 이윤지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 그리고 박원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의 스페셜 한 무대는 청풍호반에서 주말 밤에 '원 썸머 나잇'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물과 바람이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모든 조명이 꺼지고 오로지 스크린에 빛나는 영화만 보이는 순간, 마음은 힐링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다.

제천 시내에서 청풍호반까지는 차로 30분 거리다.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원 썸머 나잇'프로그램은 종료되는 시각이 거의 자정 무렵이므로 그 시간에 대중교통은 없다. 대신 영화제 측에서 마련한 셔틀버스가 관람객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물과 바람, 영화와 음악이 있는 이벤트, 제천에서 꼭 즐겨야 할 딱 하나를 꼽으라면 망설일 것도 없이 '원 썸머 나잇'프로그램을 꼽겠다.



웬 걱정? Why Worry?


두 번째 밤의 '원 썸머 나잇'은 1923년 작, 무성영화 <웬 걱정?>을 상영하고 올해 처음 신설된 '픽 업 더 뮤직' 공연으로 구성되었다.

<웬 걱정?>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적인 아이콘 헤롤드 로이드의 출연작이다. 이 무성영화에 라이브 음악 연주를 곁들인 것이 이번 상영의 이벤트적인 요소였다. 라이브 연주는 영국영화협회(BFI) 소속의 무성영화 전문 연주자인 스티븐 혼이 특별히 초청되어 공연했다.

스크린 불빛 외에 가로등까지 모든 조명이 꺼지고 청풍호반 하늘의 별이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는 어둠 속에서 영화와 연주가 시작됐다. 해롤드 로이드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빵빵 터지는 웃음과 적재적소에 피아노와 플루트, 드럼 비트를 활용해 라이브로 소리를 얹히는 스티븐 혼의 연주가 너무나도 재미있고 황홀한 체험을 하게 했다. 정말 명불허전! 물과 바람이 있는 자연 속의 영화 상영은 100% 옳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외 상영이 수영만 요트 경기장이 아닌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상영으로 바뀐 것이 다시금 아쉽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와 스티븐 혼의 연주가 종료되는 순간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가 관객의 만족도가 어땠는지 짐작하게 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스페셜 공연 프로젝트인 '픽 업 더 뮤직'이 시작됐다.

올해 처음 신설된 기획으로 큐레이터가 청풍호반에서 펼쳐지는 영화제에 어울리는 뮤지션을 '픽 업'해서 공연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올해의 큐레이터는 배우 이윤지였고 그녀가 선택한 뮤지션은 심규선, 에피톤 프로젝트 그리고 박원이었다.

이윤지 배우가 이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제일 처음 떠올렸다는 뮤지션이 심규선이라고 한다. 깨끗한 슬픔을 노래한다는 심규선은 가장 최근 발표한 음반  <환상 소곡집 OP.1>의 수록곡을 선보였다. 맨발로 노래하며 무용을 하듯 무대를 누비는 그녀의 목소리가 청풍호반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늘 공연하는 걸 한 번 보고 싶던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의 무대가 이어졌다. 자신의 노래가 흥과는 거리가 멀다, 듣다가 주무셔도 된다는 농담을 던진 차세정의 공연은 툭툭 던져지는 보컬의 매력과 함께 청풍의 밤을 물들였다.  '새벽녘'이 세트리스트에서 빠진 게 살짝 아쉽긴 했으나 아쉬움은 다음 공연에서 달래기로 한다.

마지막은 요즘 가장 핫한 뮤지션 중 한 명인 박원이 장식했다. 자신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최상의 공연 컨디션을 위해 현장에 밤 9시(그의 공연은 밤 11시경)에 도착했다는 그는 특유의 낯가림을 보이는 듯했으나 이내 객석을 사로잡는 매력을 뿜어냈다. 여성 관객들의 환호가 가장 넘쳤던, 공연 후에 나가는 길에도 내내 박원 이야기가 귀에 들렸을 정도였다. 망설였던 신곡 'all of my life'를 결국 불러줬고 앙코르곡으로 'touch'까지 부르며 완벽한 팬 서비스를 선사했다.


7. 에필로그

   제천의 살거리, 볼거리, 먹거리



올해 제천 국제영화제 기념품은 매진 사례였다. 높은 음자리 모양의 연필과 예쁜 머그컵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마지막 날 보니 버튼까지 완전히 매진되어서 살 수가 없었다. 결국 손수건만 색깔별로 모두 구매하는 것으로 기념품 구매를 마감했다. 구매하지 못한 파란색 타이포의 머그잔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빨간오뎅!!!
산더미 같은 튀김 :)

제천하면 빨간오뎅(빨간어묵)이다. 제천 메가박스 바로 앞에 서로 '원조'간판을 건 두 가게가 있다. 제천 출신 친구가 메가박스에서 내려가는 기준으로 끝에 있는 집이 맛있다는 조언을 해줘서 그 집을 찾아갔다. (잘 찾아간 것이겠지? ㅎㅎ) 빨간오뎅 4개에 1천 원, 튀김은 3개에 1천 원이다. 서울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다. 원 없이 먹어도 천 원 지폐 몇 장 안 나간다. 영화 상영 사이사이 30분~1시간 정도의 간격에 요기하고 쉬기를 원한다면 빨간 어묵 가게가 제격이다.  빨간오뎅은 극장 길 건너에 위치한 전통시장 안에도 곳곳에 매장이 있다. 어디서나 취향에 맞게 먹으면 그곳이 곧 맛집일 듯하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제천 메가박스 길 건너 전통시장 골목에 가면 각종 전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여긴 내토 전통시장이란 곳인데 전병을 부치는 냄새가 너무나도 유혹적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메밀전병 2천 원, 수수부꾸미도 2천 원이다. 역시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다.


묵밥
도토리전
말린묵조림

제천하면 또 묵을 빼놓을 수 없다. 도토리묵을 썰고 시원한 국물과 양념, 오이 등을 곁들인 묵밥은 여름에 먹기 딱 좋은 별미다. 여기에 도토리전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배가 넉넉해진다. 이번에 묵밥을 먹으면서 발견한 것은 말린묵조림이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것인데 버섯과 말린 묵을 조린 이 음식은 쫄깃함의 끝이다. 간도 세지 않고 적절하고 쫄깃한 말린묵의 식감이 너무나도 좋았다. 말린 묵을 공수 해서 집에서 조림을 해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의림지. 제천의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라고 하고 호수와 노송의 어울림이 그야말로 쉼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의림지 파크랜드에서는 바이킹, 범퍼카 등 놀이기구도 사용할 수 있고 플리마켓도 열린다.

지대가 높아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다는 제천, 그래선지 이 주말에 찾아온 선선한 공기가 제천에서는 더욱더 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선선했던 주말, 호숫가인 의림지에서는 더욱더 선선하게 느껴졌다. 의림지 근처에는 한정식집 등 분위기 좋은 식당도 있고 조금 걷다 보면 역시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도 있다. 제천에서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다.



영화와 음악, 볼거리와 먹거리로 근사한 여름의 휴식을 누리고 간다.

다른 때에 비해 제대로 즐겼던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 이제 뭔가 제대로 파악한 것 같아서 다음에는 더욱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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