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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린 May 13. 2023

올해 계획을 바꾸겠습니다

글 쓰는 삶을 위하여

'글쓰기로 성공하기.’ 올해 나만의 비장한 계획이었다. 올해가 그나마 글을 쓸 시간이 가장 많이 확보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교육실습을 나가야 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니 기회는 올해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오만이었다.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은 이 글을 제외하고 총 9편. 이전에 지운 글들을 다 합해도 20편 채 안 될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획은 다양했지만, 그 기획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야기가 중간에 바닥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책도 병렬식으로 읽는 내가 글을 하나만 파고들 수 있을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을 완결 날 때까지 연재하는 작가님들이 존경스럽다. 사실 대부분 그렇게 해야만 하는데. 이런 나, 과연 작가라 할 수 있을까? 아직 나는 초심자여서 그런 거라고 애써 위안해 본다.      




브런치 진입 초기 때부터 알던 작가님이 최근 책 출간 작업에 들어가셨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작가로 진입하셔서 뭔가 동지 의식이 있었는데, 책 출간을 하신다니! 부지런히 글을 쓰시고, 내가 드문드문 브런치에 찾아올 때마다 진심 어린 댓글로 응원해 주신 작가님. 감사와 응원이 담긴 마음으로 책 한 권 후원했다.  

작가님의 브런치 메인 페이지를 살펴봤다. 작가님이 쓴 글은 총 300편. 글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본인의 이야기를 발견한 작가님의 여정이 눈에 그려졌다. 작가님의 브런치를 살펴보며 내가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쓴 9편의 글은 나를 어딘가로 이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진입하자마자 바로 브런치북부터 구성해서 올리는 작가님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그 뒤에 적어도 100편 이상의 글이 있었음을 안다. 글은 쓰기 전까지 어떤 모양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기든, 메모든, SNS 글이든, 끊임없는 인출의 결과로 하나의 시리즈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글쓰기로 ‘성공’한다는 건 또 뭘까? 책을 출간하는 것?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 인세로 돈을 버는 것? 무엇이 성공인지도 애매했다. 올해 안에 글쓰기로 성공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던 내게 친구가 말했다. “괜찮아. 올해만 글 쓸 거 아니잖아?” 그 말에 나는 쉽사리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과연 글을 계속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라면, 올해 안에 성공하더라도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 성공의 희열 이후에 무엇을 할지 난 정해놓지 않았다. 무엇인지도 모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걸 올해 안에 이루지 못하면 글쓰기를 계속할지 고민하다니. 이건 마치 내가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찾지 못하는 지금의 내 모습과도 같았다.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는 또 1년 동안 9편의 글 정도밖에 쓰지 못하고, 길을 찾지 못할 거다. 나는 올해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글쓰기로 성공하기’가 아니라 ‘글쓰기’로.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란 글을 쓰는 몸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정지우 작가님이 말했듯,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정지우, 2021).      


백날 생각하고, 강의를 필기해 봐야 내가 글을 쓰지 않으면 내 글의 모양을 알 수 없다. 그 모양을 알려면 부지런히 쓰는 수밖에 없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기에 나는 더 자유롭게, 과감하게 여러 모양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자. 오히려 이날이 그리워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정지우. (2021).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밀리 오리지널.


[이미지 자료]

사진: UnsplashJess Ba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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