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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2015.5.22. 09:36경 10년 전 고찰

by 강도르

사람에게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

사람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생각.


인간관계 아닐까

즐겁고 원만한 인간관계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무관심하면 된다.

의외로 스트레스는 줄고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관심하기엔 그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다.

잔소리 간섭 요구 뭐 이런 것도 다 솔직히 그 사람을 나에게 맞추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렇게 표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관심하다.
다른 말로 포기하다. 내려놓다 등등이 있다.


저 말대로의 표현이라면 너무 서글프기 짝이 없다.


누구를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려울 일이고 내 선에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내 인생조차 바꾸기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인생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말들이 많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많은 출판사들은 책을 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작가들은 글을 쓴다.

글을 읽을 때 잠깐의 충만감이 있을지언정 결국 변하는 건 없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고 사람의 욕심만큼 나태함도 끝이 없다.


하지만 모두 이겨내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기엔 내 시간이 너무 빠듯하지 않은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큼 형편없는 핑계가 없다고 말들 많이 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고 생각도 한다.

옛날에는 시간이 없다는 말에 아 진짜 시간이 없구나라고 느꼈던 사람들이 저 말을 듣고는 핑계가 너무 뻔하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게 책이나 언론매체등의 무서운 점이다.


사람을 획일화시키려고 하고 나쁜 사람을 정해버리니까 사람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고 단정 지어 버린다.


난 그 상황이 조금 불쾌하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싫은 건 싫은 거니까.


그래서 책을 읽더라도 내가 싫어하는 부분은 과감히 버린다.

마치 그 책이 나를 통제하려 드는 것 같을 때는 과감히 덮어버린다.


이야기가 조금 딴 길로 빠졌다만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도 사람들의 꼬임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만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들도 많다.


혼란도 오고 아쉬움도 오고 서운함도 오고 화도 나고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새기는 말이 있다.

"이 사람은 지금 이게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만능인 문장이 아니라서 역으로 그 사람에게 더 화날 수도 있는데, 화날 땐 화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껏 화나보고 그 사람 속에 있는 나의 위치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니까, 누구에게나 1순위였으면 좋겠고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이면 좋은 건데, 이거야 말로 진짜 허황된 욕심이니까


그 사람 속에서 나의 위치를 인정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

그 위치를 인정하면 뭐 그냥 그거대로 좋을 때도 있고 아니면 뭔가 더 순위를 올리고 싶을 수도 있고

단절할 수도 있는데 결국 그 순위가 올라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적은 별로 없다.


그냥 그 사람 속에 내가 사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뿐 가끔 서운함이나 아쉬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이 알아채서 해소해 주면 정말 이상적인데, 사실은 그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말하자니 자존심 상하고 뭐 그렇다.


그럴 때 나는 그냥 서운하구나 생각만 한다. 저 사람이 나를 서운하게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서운하구나 내가 서운하게 느끼는 거구나

내가 저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고 싶구나

이런 생각.

내가 더 잘하면 나도 조금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렇게 내가 노력했을 때 결과는 두 가지로 극명하게 나뉜다.


신기하게도 예외가 없다.

진짜 소중한 존재가 되거나 진짜 무의미한 존재가 되거나 사람의 가면을 벗기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보면 된다.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안 하는가

그 노력들 중에 말은 참 으뜸이다.


단기적인 마취제 같은 존재, 마약 같다고 해야 하나...

나를 말로 다루려고 했던 사람들 기대를 부풀게 만들어 실망감을 안겨줬던 사람들이 많다.


난 그 말을 믿고 노력을 참 많이 해왔는데

그 사람들 말이 행동으로 증명이 되지 않으니까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고, 결국에 남는 건 내가 이 사람에겐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과 다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버리고 나니까 더 이상 미련이 안 남아서 그 사람을 깨끗하게 비워낼 수 있었다고나 할까?


결국 이렇게 될 팔자였네 뭐...

마음이 비워내지고 자연스럽게 들어 올렸던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가 내려놓으려고 포기하려고 힘을 쓴 게 아니라 흐름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니까.

물론 그냥 욕심 안 부리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어도 좋았는데 그렇게 하기엔 그 사람들의 말이 너무 달콤했다



" 우리 평생 이렇게 친하게 지내자 "


뭐 그런 말 듣고 최선을 안 다할 수는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고마운 말이라서, 근데 뭐 상황이 상황인지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 말이 그때만큼이라도 진심이었길 바랄 뿐.


그냥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이었고 지금은 그냥 욕심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냥 요즘은 하루하루 얼굴 보면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생각하는 게 다라서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그걸 다른 사람에게 미뤄버리면 남는 건 씁쓸함 뿐이니까.


그냥 어제오늘 여러 사람이 떠오르네


친구였던 사람.



아니 다른 말로,


욕심의 희생자, 더 이상 내 안에 살 수 없는 사람


정도려나.


결국 후회는 내 몫이 아닐 거라서 난 상관없는데


그냥 저 사람들 속에도 내가 죽었기를 바랄 뿐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로


너무 무거운 얘기였나?


결국엔 나이 먹으면서 인정하면서 살아야 할 이야기들 아닌가 ㅋㅋ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그럴 땐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 나온 인사말을 생각한다.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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