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문장 D-93
어쩌면 팬데믹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투어리즘의 껍질을 벗겨낸 도시의 민얼굴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에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주변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도시라면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몇몇 코펜하겐 사람으로부터 시작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도시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잘 정비된 국가와 도시의 시스템 덕분에 만족감이라는 것을 충분히 학습했고, 그 만족감은 일종의 ‘위닝 멘탈리티'처럼 도시의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경기에 임하는 운동선수가 승리해본 경험, 즉 승리를 향한 강한 확신을 통해 또 다른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코펜하겐 사람들은 어떤 일을 대할 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견고합니다. 그 믿음은 공동체와 이웃을 서로 긴밀하게 결속시키는 신뢰 관계로도 치환되지요.
아무리 야망이 커도 작은 것에서 시작해 키워나가야 한다.
실제로 코펜하겐 내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혁신은 거대한 자본이나 소수의 엘리트층이 아닌,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을 중심으로 확산합니다. 이는 곧 문제를 작은 단위로 인식하는 능력이 잘 훈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이 여러 기업과 브랜드에 영감을 주는 이 도시의 면면은 개인의 반경 안에서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이를 개선하려는 작은 노력이 축적된 결과물에 가까운 셈입니다.
매거진 B, COPENHA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