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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n 18. 2020

지구에서 금성처럼, 화성에서 지구 보인다

[스페이스 WITH YOU] “보인다!”… 큐리오시티, 화성 저녁 하늘에


Q: “화성에서 지구가 보이나요?”

A: “보입니다. 화성 착륙선 큐리오시티가 최근 화성 지표면에서 지구와 금성을 찍어 지구로 보내왔습니다. 해가 진 직후에 보입니다. 화성에서 보면 지구는 내행성이기 때문에 해가 진 직후에 잘 보입니다. 지구에서 금성처럼.”     

큐리오시티가 2020년 6월 5일 화성에서 찍은 지구와 금성.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사진= NASA]

아주 조그맣다. 작은 빛이다. 언뜻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저게 지구라니. 화성에서 본 지구는 ‘티끌’이다. 저 조그마한 행성에 7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서로 사랑하지 않고 시기한다. 

서로 포용하지 않고 적대한다. 

서로 위로하지 않고 상처준다. 

서로 포옹하지 않고 질시한다. 

서로 용서하지 않고 원망한다.

서로 기뻐하지 않고 미워한다.

우주에서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하게 작은 행성 ‘지구’. 138억 년 우주 역사, 46억 년 지구 역사. 100년 남짓 사는 인간에게는 ‘사랑, 포용, 위로, 용서, 기쁨’을 나누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시기하고, 적대하고, 상처주고, 질시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고 있다. 

화성 착륙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특별한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화성 지표면에서 지구와 금성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큐리오시티가 화성 날짜로 2784일째 되는 지난 6월 5일 화성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지구와 금성을 찍어 전송해 왔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큐리오시티가 찍은 사진은 6월 5일 해가 진 이후 75분쯤 지난 뒤에 큐리오시티에 실려 있는 ‘마스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것이다. 화성에서 해가 진 이후 어둠이 살며시 내려앉으면서 지구는 조금 위에, 지구 아래에 금성이 위치하고 있다. 화성에서 보는 지구와 금성은 밝은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보였다. 

앞서 큐리오시티는 2014년 1월 31일에도 특별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해가 진 80분 뒤에 찍은 지구였다. 화성일로 529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구를 찍은 이미지를 확대했더니 달까지 포착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화성 측면에서 보면 지구는 내행성이다. ‘수성-금성-지구-화성’ 순이기 때문에 화성에서 지구를 보면 해가 뜨기 직전과 해가 진 직후에 지구를 볼 수 있다. 큐리오시티가 매번 화성에서 해가 진 직후 지구를 찍는 이유이다. 

우리는 금성을 ‘샛별’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부른다. 샛별은 동트기 바로 직전에 동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금성을 말한다. ‘개밥바라기별’은 초저녁 개가 밥을 먹을 때쯤 서쪽 하늘에 떠 있는 금성을 일컫는다. 화성에서 본다면 지구가 그런 행성인 셈이다.

100년 남짓 사는 인생. 우주에서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사는 우리 삶은 더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시기말고 사랑하자.  

서로 적대말고 포용하자. 

서로 상처말고 위로하자. 

서로 질시말고 포옹하자. 

서로 원망말고 용서하자. 

서로 미워말고 기뻐하자.

큐리오시티가 찍은 지구 사진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4년 1월 31일 큐리오시티가 포착한 지구와 달. 사진에는 지구 밖에 보이지 않는데 확대해 보면 달도 확인된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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