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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n 24. 2020

비와 당신, 우린 고요하다

[자연 WITH YOU] 비 오는 날, 생명이 싱그럽다

빗소리를 듣자.

후두둑, 후두둑

두두둑, 두두둑

또르르, 또르르

촤아아, 촤아아

스르륵, 스르륵

다다닥, 다다닥     

 백합과 루드베키아


듣는 이에 따라, 

시간에 따라, 

비 오는 양에 따라, 

떨어지는 장소에 따라

지금 순간 느낌에 따라 

모두 다르다. 

비 오는 날은 고요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다. 

그 속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한다.     

피스 장미.


피스 장미는 평화롭다.

흰 꽃이 뿜어내는 향기도 평화롭다.

빗속에 고요함을 전하며 

가만히 꽃잎을 보여준다.

흰빛과 흰 향기에 투명한 비까지 겹쳐져

고요와 평화와 아득함을 던져준다.     


수국.


수국이 하얗게 피었다.

저렇게 순백색이 있을까 싶다.

비 맞으면 더 하얗다. 

꽃잎이 겹겹이 쌓여 흰색은 순백색이 된다.

비가 적시면 마치 하늘로 날아갈 듯 힘차다.     


백합

비가 붓칠 하면

모든 색이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노란 백합도 예외는 아니다.

빗물이 이슬방울이 되고 

이슬방울은 노란빛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빗물이 흘러내려 노란 기운을 돋운다.     

문빔.


문빔이 바위틈에서 고개를 내민다.

달빛처럼 화사하다.

이 비 그치고 달이 뜨면

문빔은 그 색깔을 더 빛낸다.

문빔이 익어가는 계절에 보름달을 보면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오미자.


오미자는 아직 초록빛이다.

초록빛에 빗물이 스며들고

시간이 지나면

햇빛이 적시면

붉은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오미자가 지금 맞고 있는 이 비는 

생명을 키우는 원천이다.     


국화,

국화는 한창 힘을 키우고 있다.

가지마다 꽃눈을 달 채비를 하고 있다.

8월 초순쯤에 꽃눈을 단다.

그때까지 국화는 바람과 시간과 비와 햇빛을 즐긴다.

가을에 꽃을 터트리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패랭이꽃.

빗소리는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천막이나 지붕에 떨어지는

그것과 다르다. 

둔탁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다.

그 소리에 패랭이꽃이 가만히 흔들린다. 

빗소리에 한번

바람에 한번

비 오는 날을 즐긴다.     


비 오는 날,

장미꽃이 평화로움을 전한다.  

   

https://youtu.be/Rsi1Kj5Q9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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