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종오 Jun 09. 2020

“바다도 폭염이다”

[기후변화 WITH YOU] 산성화 등으로 바다 죽어가고 있어


뜨거워지는 바다

2050년엔…

지구촌 해양 폭염 지도. 강하거나(Strong) 심각한(Severe)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사진=WMO]

때는 2050년. 

아버지와 아들이 동해 바닷가에 서 있다. 저 멀리서 하얀 파도가 부서진다. 아버지와 아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이제 막 바다에 뛰어들 참이다.  

아버지:(먼저 바다에 뛰어든 아버지. 아들을 향해) “아들아! 들어와! 하나도 안 차가워!”

아들:(한두 번 당한 것은 아닌데 이번엔 아버지 말을 믿어보자는 듯 힘껏 몸을 바다에 던진다) “앗! 뜨거!”

곧이어 아들은 바다에서 뛰쳐나간다.  

아들:(화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하나도 안 뜨겁다며?”

아버지: “그려. 안 차갑다고 했잖아!”

바다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예전의 시원한 파도는 사라지고 바닷물은 목욕탕의 열탕처럼 뜨거웠다. 이제 바다에 몸을 담그기에는 너무 뜨거운 시절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화난 아들의 표정보다 앞으로 더는 바다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몰려왔다.      


바다 온도 상승

폭풍이 거세진다     

바다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다시마 목에 속하는 대형 갈조식물인 ‘켈프’가 바다에서 자라고 있다. [사진=NOAA]

Q: “열대성 폭풍 위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열대성 폭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북반구에 영향을 미친다. 인도양의 사이클론, 대서양의 허리케인, 태평양의 태풍 등이 있다. 열대성 폭풍은 바다 온도와 관련 있다. 폭풍도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최근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풍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강력한 폭풍이 자주 발생한다.”     


바다는 우리 삶의 원천

물이 존재하는 지구, 축복받은 행성     

전 세계 바다에 설치돼 있는 부표가 날씨와 해양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진=WMO]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우주 과학자들이 다른 천체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물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있다. 물이 있으면 생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액체 상태의 물이라면 생명체가 있을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그동안 개봉됐던 우주 영화에서도 ‘물 존재’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가는 행성을 소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바다는 35억 년 전에 지구에서 생명이 시작된 곳이다. 대양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다. 지구 물의 96% 이상을 포함한다. 그런데도 바다의 약 95%는 아직 탐험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바다는 곁에 있는데 사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셈이다.      


바다가 숨 쉬지 못하고 있다

산성화 심각     

바닷속 생명체는 지구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사진=NOAA]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지구의 70%는 바다이다. 지구촌 기후를 조절한다. 수십 억 명에게 식량과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이런 바다가 인간 활동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8일(현지 시각) ‘세계 해양의 날(World Oceans Day)’을 맞아 바다 생태계의 현주소를 짚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해양의 날'을 맞아 바다 생태계 등 여러 관련 소식을 다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우리 행성의 허파이자 탄소 흡수의 주인공인 해양은 지구촌 기후를 관장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시스템에서 초과하는 에너지의 90%는 바다가 흡수한다. 2019년 WMO는 바다 온도와 해수면 상승이 최고치에 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해안에 거주하는 많은 이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또한 해양은 점점 더 산성화되고 이 때문에 생물 다양성과 식량 체인에 매우 큰 위험이 찾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행성의 허파’인 해양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해양 폭염 지도를 보면 해양 산성화와 탈산소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파악됐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대부분의 대양 폭염 정도가 ‘강하거나(Strong) 심각한(Severe)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촌 전체 기후를 조절하는 대양이 그 기능을 상실하면 지구 기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최근 해수면 상승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 가열화(Heating)로 극지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로 흘러들고 이 때문에 해수면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미 해안에 사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는 물론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이산화탄소 흡수 포화상태

바다도 벅차다     

거북 등 바다 생물은 수온 상승뿐 아니라 최근 미세 플라스틱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NOAA]


산성화 등으로 해양 생태계 시스템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보면 1993년 이후 해양 온난화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 바다 얼음 손실, 더 잦은 폭풍 등 ‘극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안에 사는 많은 주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WMO는 다른 국제기구와 함께 지역별 해수면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 변화에 따라 세계 에너지, 폭염, 물과 탄소의 양 등을 측정해 종합적 분석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WMO 측은 “지구촌 기후 관측시스템(Global Climate Observing System, GCOS)과 지구촌 해양 관측시스템(Global Ocean Observing System, GOOS)을 통해 정기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대양과 관련되는 지역에 날씨와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0년 4월 거대 사이클론 ‘해럴드(Harold)’가 태평양 섬을 강타한 바 있다. 남태평양 도서국인 피지공화국은 당시 피지 기상 서비스(FMS)에 처음으로 도입된 해안 침수예측 시스템을 통해 해럴드에 대한 예측과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 해안 침수예측 시스템은 지난해 11월 WMO와 우리나라 기상청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WMO 측은 “바다와 접해 있는 국가들은 해양 기후변화에 따라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해양에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관련 시스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우사마테(Jone Usamate) 피지 인프라재난관리부 장관은 “FMS의 혁신적 작업으로 해럴드가 상륙하기 전에 예측과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GY47iRt2gI&t=1s

[동영상 제공=NOAA]

*표지그림은 NOAA 제공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윽한 향기 속으로, 봄과 여름 경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