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WITH YOU] 달맞이꽃과 양귀비와 인동초와 문빔으로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없다
다만 옆집 아이가 시를 썼다
제목은 봄
아이에게 봄은 이렇게 다가왔다
"봄이다.
이젠 씨를 뿌릴 때이다"
한참 웃었다
한참 느꼈다
한참 슬펐다
한참 울었다
봄이 왔다
봄은 향기로 다가온다
그윽한 향기가
콧속으로
폐속으로
입속으로
귓속으로
밀려들어 참을 수 없는
아찔함을 느낄 때
봄이 왔다
달맞이꽃, 문빔(moonbeam)
노랗다
달빛에서 그 빛 더한다
문빔은 '애기 코스모스'로도 부른다
한 꽃잎 터트리면
달빛처럼 한꺼번에 쏟아진다
씨를 뿌리는 봄처럼
그 빛 눈부시지 않다
그윽한 빛 속에
그윽한 향기 담아 바람에 실려 보낸다
여름이 오고 있다
그윽하다 못해 짜릿한 향기 내뿜는
인동초
노랑과 분홍이 어우러져 봄을 알린다
노란 인동초는 분홍보다 향기 더 강하다
분홍 인동초는 노랑보다 더 많은 꽃을 피운다
앉아 있는 식탁 위로
흐르는 봄 시간 위로
인동초 향기 몰려오면
눈은 자동으로 감기고
뇌는 냄새 좇아
추억 여행을 떠난다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