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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n 05. 2020

'Keeling & Killing 곡선'

[기후변화 WITH YOU] 코로나19에도 CO2 농도 급증


형식상 미국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인기 없는 사람과 기후변화 관련 질의응답을 하면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사람은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한치의 변함없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Q: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고 있다는데?”

A: “기후변화는 사기라니까. 지난 겨울 한번 봐. 얼마나 추웠어?”


Q: “올 북반구 기온이 치솟을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A: “기후변화는 사기라니까. 우리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이유가 그거야. 중국에 밀려 말 같잖은 협약이나 만들구 말이야. 기후변화는 사기야!”


Q: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북반구 폭염 예보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 모든 것이 당신네 과학자들이 분석한 내용이다.”

A: “쓸데없는 연구를 하는 거지. 기후변화는 사기라니까. 내가 그런 연구하지 말라고 예산을 깎아버렸어. 잘했지?”     

2020년 5월 이산화탄소 농도가 417.1ppm에 이르렀다. 가장 높은 수치이다. [자료=NOAA]

코로나19 ‘셧다운’에도 이산화탄소 농도 줄지 않았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측정소, 올해 5월 417.1ppm 기록      

‘킬링 커브(Keeling Curve)’라는 용어가 있다. 1958년부터 태평양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데이비스 킬링(David Keeling)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 박사. 킬링 박사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정기적으로 파악해 그래프를 그렸다. ‘킬링 커브’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가열화(Heating)의 바로미터이다. 농도가 증가할수록 지구 가열화는 가속화된다. 이는 기후변화로 이어져 세계 곳곳에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2020년 5월 마우나로아(Mauna Loa) 측정소에서 5월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417.1ppm을 기록했다”며 “이는 시즌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5월 수치로서는 가장 높은 농도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2019년 5월 414.7ppm보다 2.4ppm 더 증가한 수치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선 것은 2014년이었다. 400ppm은 수백만 년 동안 지구에서 경험해 보지 않은 높은 수치이다. 

피터 탄스(Pieter Tans) NOAA 책임 과학자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다고는 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지구 가열화(heating), 해수면 상승, 극심한 날씨 등 기후변화에 따른 악영향이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만약 지금 인간이 갑자기 CO2 배출을 중단한다면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바다와 대기로 흡수돼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수천 년은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COVID-19) ‘셧다운’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일단 분석됐다. NOAA 측은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된 배출 감소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다만 6~12개월 동안 20~30%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계속된다면 마우나로아 측정소에서의 수치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랄프 킬링(Ralph Keeling) 마우나로아 측정소 지질학자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의아해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공장이 문을 닫고, 교통시스템이 멈춰서는 등 코로나19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이 줄었을 것으로 생각했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킬링 박사는 “이산화탄소 축적은 쓰레기와 비슷한데 계속 방출하면 쌓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측정소에서 인식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배출하면 이를 흡수하는 쪽도 있다. 육상 식물과 지구 해양이 매년 인간이 배출하는 4000억 톤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런데도 대기의 이산화탄소 증가율은 꾸준히 가속화되고 있다. 흡수하는 것보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 데이터를 보면 설명된다. 

1960년대 이산화탄소 연평균 배출량은 매년 약 0.8ppm씩 증가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매년 1.6ppm씩 두 배로 늘었다. 1990년대에는 연간 1.5ppm씩 쌓였다. 2000년대에 더 늘어나 매년 2.0ppm으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은 매년 2.4ppm으로 가속화됐다. 탄스 박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계속 대기에 쌓이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킬링(David Keeling)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 박사가 1958년부터 마우나로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왔고 NOAA는 마우나로아에서 1974년부터 측정을 시작됐다. 마우나로아는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에 있다. 화산에 있는 마우나로아 측정소는 북반구의 지역 오염원이나 식생의 영향에 방해받지 않고 잘 혼합된 공기를 채취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킬링 박사의 이름을 새긴 ‘킬링 커브(Keeling Curve)’는 1958년부터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의미한다. 

매년 5월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절정기에 이르는 시기이다. 킬링 박사는 매년 5월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치를 보이는 계절적 변동을 찾아냈다. 이는 가을, 겨울, 초봄에 식물과 토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보다는 방출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 박사를 상징하는 '킬링 커브'는 지구 가열화의 상징이다. 이 곡선이 '죽음의 곡선'이 되고 있다. [사진=NOAA]

‘킬링 커브’가 ‘킬링(Killing) 곡선’이 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거주 불가능한 지역 급증할 것     

1958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데이비드 킬링 박사의 곡선은 지구 가열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묘한 일치인지는 모르겠는데 킬링 박사의 발음이 ‘킬링(killing)’과 같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킬링 커브’는 다름 아닌 ‘죽음의 곡선’이 되고 있다. 

우선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 가열화는 가속화된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의 적정량은 다시 지구 바깥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가지면서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만큼 지구에 더 많은 에너지가 복사될 것이고 기온은 오르기 마련이다. 

지구 기온이 오르면 얼음이 녹는다. 북극과 남극은 물론 그린란드, 히말라야 등 대륙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 이 녹은 물은 바다로 흘러든다. 해수면이 상승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안에 사는 사람이 많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 거주 주민들은 이사해야 한다. 잠기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등지에서는 자신이 살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고도가 낮은 도서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탄스 박사는 “지금까지 분석된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잘 분석된 물리학은 온실가스가 증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지구가 가열되고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인류가 막지 못한다면 지구촌의 많은 지역이 거주 불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측정소에 석양이 물들고 있다. [사진=NO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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