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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n 03. 2020

“몇 년도에 얼었나요?”

[기후변화 WITH YOU] 지구에서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그린란드와 북극 얼음. [사진=NASA]

     

얼음의 계절이 다가왔다. 6월 초인데 벌써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몸에서는 열이 난다. 얼음 하나 입에 물고 싶은 시간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로 신경이 날카로운 시절인데 더운 날씨까지 더해져 생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오고 있다.     


얼음이 사라지는 지구

낯익은 것은 사라진 뒤 아프게 다가온다     

더운 날씨에 얼음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겨울에는 영하의 온도가 계속되면 액체 상태의 물이 어는 것도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 일상에서 얼음을 보고, 만지고, 먹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늘 곁에 있는 존재이니 가끔은 얼음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일도 있다. 인간은 익숙한 물건에 대해 소중함을 잊고 산다. 낯익은 존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습성이 있다. 다만 익숙한 물건이 사라졌을 때, 낯익은 존재가 곁에서 없어졌을 때 그제야 ‘아! 그 물건이 어디갔지’ ‘어? 그 친구 지금 뭐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북극에서는 지금 얼음이 매우 빠르게 녹고 있다. 북극은 매년 9월에 바다 얼음(해빙)이 최소 규모를 보인다. 매년 3월에 최대 규모로 언다. 얼어붙은 규모에 차이는 있는데 1년 내내 얼음이 얼어 있다. 얼음도 출생한 연도가 있다. 

“몇 년 생이에요?”

“예. 1969년생입니다.”

“어머,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젊게 사시나 봐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줄 안다. 

북극의 얼음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이런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몇 년도에 얼었나요?”

“1980년에 얼었습니다.”

“어머,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너무 얇아 보여요.”

알프스 얼음. [사진=NASA]

북극은 일년빙과 다년빙이 있다. 일년빙은 말 그대로 1년에 얼었다 녹아버리는 얼음을 말한다. 다년빙은 언 지 오래됐고 몇 년 동안 녹지 않는 얼음을 말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관련 연구 기관이 분석한 결과 북극에서 다년빙이 줄어들고 일년빙이 많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북극 얼음의 안정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극 얼음에 이렇게 묻는다면.

“몇 년도에 얼었나요?”

“지난해 얼었습니다.”

“몇 년도에 얼었나요?”

“저도 지난해에 얼었습니다.”

“저, 다년빙은 없나요?”

“예. 이제 다년빙은 모두 녹아버리고 없습니다. 북극에서 다년빙은 사라졌습니다.”

1년 내내 어쨌든 북극에는 지금 얼음이 있다. 지구 가열화(Heating)가 계속되면 북극에 얼음이 없는 시간이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아마도 얼음 규모가 가장 적은 9월이 되면 북극해에 얼음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7개 주요 얼음 지역, 매년 2800억 톤 얼음 줄어들어

농업 활동과 식수원 확보에 비상     

얼음은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구 지표면의 10% 정도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북극과 남극에 많이 존재한다. 극지뿐 아니라 고산지대 등에서 얼음이 많다. 안데스, 히말라야 등 높은 산맥에는 만년설과 다년빙이 쌓여 있다. 얼음은 지구 환경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반사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지구 기후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해당 지역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담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농업에 필요한 관개시설뿐 아니라 수십억 명이 마실 물의 원천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얼음. [사진=NASA]

그린란드와 남극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얼음이 많은 지구의 7개 지역에서 매년 28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얼음이 많은 지역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식수원 고갈로 이어지고 있다. 마실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측은 최근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해당 지역의 식수원 고갈이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NASA 기후변화 측이 언급한 7개 지역은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북극 군도, 남안데스, 아시아 고산지대, 러시아 북극, 아이슬란드 군도, 노르웨이 스발바르 등이다. 이곳은 얼음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가열화(Heating)가 진행되면서 이 영향으로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데스 얼음. [사진=NASA]

NASA 기후변화 측은 “무엇보다 최근 이곳 7개 지역의 얼음 녹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문제”며 “이 지역에 사는 수백만 명에게는 중요한 식수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얼음이 급속도로 녹으면서 이 지역의 해안은 물론 농업과 식수원 등 여러 방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사벨라 벨리코냐(Isabella Velicogna) NASA 제트추진연구소 책임 과학자는 “남미의 안데스산맥과 아시아의 고산지대에 있는 얼음은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식수원으로 기능하는 것은 물론 농업 시설에 매우 중요한 원천”이라며 “얼음 녹는 속도가 계속 빨라진다면 이 지역의 경제적 활동과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독일이 공동 운영하는 ‘그레이스(Gravity Recovery and Climate Experiment, GRACE)’ 위성 자료를 이용했다. 그레이스 위성은 2002~2017년까지 운영됐다. 그레이스 위성의 뒤를 이어 2018년에 ‘그레이스-FO(GRACE Follow On)’ 위성이 발사됐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들 7개 지역에서 매년 2800억 톤 이상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개 지역의 얼음이 녹으면서 2002년과 2019년 사이에 전체 해수면이 13mm 상승했다. 2002년 한 해 동안 해수면은 0.7mm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2019년에는 0.9mm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이 갈수록 녹는 얼음의 양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벨리코냐 박사는 “그레이스와 그레이스-포 위성을 통해 정기적으로 분석한 결과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은 물론 식수원 문제 등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확인되고 있다”며 지구 가열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극 얼음.[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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