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종오 Jun 01. 2020

우주여행, 갈 수 있다면 갈래?

[스페이스 WITH YOU] 우주 관광 현실화되다

Q:“우주여행이 가능하다면 갈래?”

A;“아니. 전혀. 그냥 지구 땅에서 발붙이고 살래. 저 높은 곳에 가기도 무섭고, 그곳에서 지구를 내려보는 것은 더 무서울 것 같아.”     

아내와 ‘우주여행’을 두고 이야기하면 늘 이런 질문과 답변이 반복된다. 나는 ‘우주여행’ 적극 실행 주의자이다. 내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국제우주정거장’을 취재하는 데 있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난 2월 22일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의 ‘슬픈 소식’이 들려왔었다. 평평한 지구를 촬영하기 위해 수차례 사제 로켓 발사를 시도한 지구 평면설 신봉자가 있었다. 주인공인 마이크 휴즈(64)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모하비 사막에서 로켓을 타고 하늘로 오르던 도중에 추락해 사망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5월 31일 새벽 4시 22분 '크루 드래건'이 발사됐다. [사진=NASA]

우주여행 현실화되다 

2020년 5월 31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뉴스는 ‘크루 드래건(Crew Dragon)’ ‘드래건 인데버(Dragon Endeavour)’가 됐다. 민간기업이 만든 최초의 유인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 이후 19시간 비행 끝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착했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우주개발이 민간기업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우주개발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마련됐다는 평가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 드래건’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5월 31일 오전 4시 22분 발사됐다. 발사 이후 2분 뒤에 1단 로켓이 분리되는 등 자동으로 이뤄진 일련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크루 드래건’은 본궤도에 오른 뒤 19시간 동안 ISS와 도킹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ISS는 지구 상공 약 400km를 공전하고 있다. 이 궤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고도를 높이고 가속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모든 과정 또한 자동으로 이뤄졌다. 마침내 31일 오후 11시쯤 ‘크루 드래건’은 ISS에 무사히 도킹했다. 가슴을 졸이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팔콘9 로켓.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 기술을 확보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사진=NASA]



스페이스X의 끝없는 도전

로켓 재사용으로 비용 획기적으로 줄여     

스페이스X는 그동안 우주개발에 있어 기념비적 성공 작품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켓 재사용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착했다. 수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로켓은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솟아오른다. 앞부분에 실려 있는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에는 폐기되는 게 상식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런 보편적 상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다시 지상으로 안전하게 재착륙하는 ‘로켓 재사용 시스템’을 만들었다. 로켓을 재사용함으로써 비용이 엄청나게 낮아진 것은 물론이다.

NASA 측은 “이번 크루 드래건의 성공적 발사는 앞으로 있을 달 유인 탐사선 프로그램과 화에 인류를 보내기 위한 위대한 도약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NASA는 2024년 처음으로 여성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30년대에는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발사 2분 42초쯤 로켓에서 우주선이 분리됐다. [사진=NASA]

화물→인형→2인승→4인승→?

스페이스X의 끝없는 도전     

스페이스X의 우주개발은 한마디로 ‘진화의 역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스페이스X는 NASA와 손잡고 그동안 우주개발을 공동으로 시작해 왔다. 컬럼비아호 폭발 등 잦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2011년 NASA의 우주왕복선 임무가 종료됐다. 관련 예산도 많이 줄었다. NASA는 위기에 휩싸였다. 이를 돌파한 게 민간기업과 제휴였다. 그 대상자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선정됐다. 스페이스X는 NASA의 기술지원 아래 화물우주선 개발부터 나섰다. 

스페이스X의 화물우주선 ‘드래건’은 수십 차례 ISS에 화물을 실어 날랐다. 이를 통해 유인우주선을 만드는 기초 체력을 다진 셈이다. 지난해 3월 인형을 태운 유인우주선 실험체가 ISS에 도킹한 바 있다. 화물에서 시작해 인형을 태워 시험에 나선 것이다. 

이어 로버트 벤켄과 더글라스 헐리 2명의 우주 비행사가 ‘크루 드래건’을 직접 타고 이번에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스페이스 X의 다음 목표는 4인승 유인우주선에 있다. 화물에서 인형으로, 인형에서 2인승으로, 2인승으로 다인승 유인우주선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크루 드래건' 승무원 벤켄이 ISS 도킹 이후 우주선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NASA]

일반인이 탑승하기에는 여전히 불안

더 좋고, 더 많이 타는 우주선 만든다     

‘크루 드래건’은 우주 비행사가 직접 타고 ISS 도킹에 성공했는데 이번 우주선 또한 엄격히 말해 실험 비행이다. 지난해 인형을 태운 유인우주선이 실험체인 ‘데모-1’이었고 이번 비행은 ‘데모-2’이다. 아직 일반인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게 많다. 실제 이번에 비행에서도 ‘크루 드래건’이 상승할 때 많이 흔들리고 진동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우주 비행사가 아닌 일반인이 탑승해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이번에 2명의 우주 비행사를 태우고 ISS 도킹에 성공한 만큼 우주 관광의 꿈은 현실이 됐다. 스페이스X의 다음 목표가 4인승 유인우주선에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개발은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우주 공간을 오갈 수 있는 왕복선에 있다. 

한편 이번 ‘크루 드래건’은 ‘인데버(Endeavour)’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인데버’라는 명칭은 로버트 벤켄 우주 비행사가 NASA 전통에 따라 자신들이 타고 온 우주선에 별칭을 붙여주면서 생긴 이름이다. 벤켄이 명명한 ‘인데버'(Endeavour)’는 자신들이 과거에 탑승했던 우주왕복선 이름과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크루 드래건' 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NASA 예산을 삭감한 장본인이 NASA 발사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사진=NASA]

    


짐 브리든스틴,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의 서로 다른 생각

“내 속마음을 누가 알랴”     

‘드래건 인데버’ 우주선을 두고 주요 등장인물의 속셈은 모두 다른 것 같다. 이번 우주선과 관련된 주요 인물을 보면 NASA의 짐 브리든스틴 국장,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등이다.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당연 일론 머스크이다. 그에게는 늘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아이언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 ‘괴짜’ 등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으로 또다시 이런 별칭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약 우주 역사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일론 머스크를 두고 ‘무임승차’ 등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사실 스페이스X는 NASA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다. NASA의 여러 자원을 독점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 같은 독점적 권리 속에서 이 정도의 성과조차 못 내는 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자본이 떨어지면 늘 ‘우주’ ‘태양광’ ‘전기차’ 등 미래 도전적 문구로 마케팅하기로 유명하다. ‘미래’라는 주제로 지나친 마케팅에 몰입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기술책임자는 1일 “민간이 만든 우주선으로 두 명의 우주 비행사가 ISS로 들어서는 모습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벤켄과 더그 두 명의 우주 비행사가 ‘드래건 인데버(Dragon Endeavour)’ 우주선의 실험실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짐 브리든스틴 국장은 이번 성과로 NASA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2011년 우주왕복선이 중단 이후 미국 우주인을 ISS로 보낼 때 러시아의 소유즈호를 이용했다. 이제 미국이 개발한 우주선으로 우주인을 보낼 수 있으니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짐 브리든스틴(Jim Bridenstine) NASA 국장은 “미국 땅에서 미국 로켓에 실린 우주선으로 NASA 소속 우주 비행사가 ISS로 향한 것은 새로운 우주 비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달과 화성으로 인류를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발사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성공적으로 발사된 이후 트럼프는 “믿을 수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이 NASA로서는 불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NASA 관련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여기에 ISS 운영에 필요한 예산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관련 예산은 삭감하면서 NASA의 성과 발표 자리에 대뜸 나타난 것을 두고 ‘공짜 숟가락’을 얹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크루 드래건은 ISS와 도킹한 뒤 준비된 실험과 여러 연구를 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에는 로버트 벤켄과 더글라스 헐리 우주 비행사 2명이 탑승했다. 이후 110일 동안 ISS에 머물면서 지구를 공전한다. 최소한 210일을 우주에서 견딜 수 있도록 ‘크루 드래건’은 설계됐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마당은 큰 꽃 세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