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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l 19. 2020

사막 메뚜기 떼, 쑥대밭은 이때 쓰는 단어

[기후변화 WITH YOU] 동아프리카의 악몽

   

떼 지어 다니는 사막 메뚜기떼. [사진=WMO]

어릴 적, 가을 들녘에 나설 때가 있었다.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메뚜기들이 벼 이삭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꼴이 아이들과 무척 닮았다. 아이들도 메뚜기를 찾아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였다. 벼 알곡을 먹는 메뚜기를 잡아들이는 일이기도 했다. 그때는 메뚜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잡은 메뚜기는 저녁에 밥상에 올랐다. 아버지에게는 술안주였다. 아이들에게는 바삭바삭한 간식거리였다. 누런 벼가 익어가는 논에 두서너 명의 아이들이 메뚜기를 잡는 풍경은 낯익은 모습이었다.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는 다르다

최악, 최고의 ‘이동하는 해충’

 사막 메뚜기떼가 지나간 곳은 쑥대밭으로 변한다.

아프리카에서 ‘메뚜기’는 이런 어릴 적 추억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가는 곳곳마다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아이들이 한두 마리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억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다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인류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사막 메뚜기떼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s)가 최근 동아프리카는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기후와 환경 변화 등으로 사막 메뚜기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동아프리카 지역의 기후 조건이 사막 메뚜기떼 발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온도 상승, 잦은 비로 인한 습한 상황, 강한 바람 등이 메뚜기떼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인도양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정상적 사이클론이 사막 메뚜기떼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클론이 해당 지역에 덮치면서 강한 비와 홍수로 이어졌고 이 조건이 사막 메뚜기떼 성장과 이동에 중요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졌던 첫 번째 메뚜기떼 창궐에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약 7만ha(1ha는 약 3025평)의 농장이 파괴됐다. 케냐의 2400km에 이르는 농장이 피해를 보았다. 최근 자료를 보면 2019년 12월~2020년 3월까지 사탕 수수밭 11만4000ha, 옥수수 4만1000ha, 밀 3만6000ha에 이르는 농지가 쑥대밭이 됐다.

여전히 사막 메뚜기 떼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막 메뚜기’ 습성

하루 150km 이동, 그들이 지나간 곳은 남는 게 없다.      

한 아프리카 소녀가 메뚜기떼가 지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WMO는 ‘사막 메뚜기’에 대한 7가지 진실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들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파괴적 해충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 메뚜기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동성 해충이다. 

2. 사막 메뚜기는 메뚜기 종 중에서 가장 파괴적이다.

3. 사막 메뚜기는 떼로 움직이고 하루에 150km를 이동한다.

4. 사막 메뚜기는 하루에 그들의 무게에 이를 만큼의 식량을 먹어치운다.

5. 작은 무리의 사막 메뚜기 떼는 3만5000명이 먹는 하루 식량에 맞먹을 정도로 먹을 수 있다.

6. 무리 이동을 제때 탐지하지 못하고 조절하지 못하면 파괴적 메뚜기떼가 발생할 수 있다.

7. 사막 메뚜기떼는 식량안보에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 사막 메뚜기 창궐에 매우 적합한 기후 조건이 수단 남부와 동부, 에티오피아 동부, 소말리아 북부, 케냐 북부, 우간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때아닌 아프리카에 자주 내린 비가 사막 메뚜기떼 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새로운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사막 메뚜기떼가 최근 인도-파키스탄 국경에 있는 여름 번식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https://youtu.be/pQqzQFbxD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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